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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의 하루

Relay Essay 제2097번째

아침에 잠을 깨우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음이다.

도심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중창으로 방음을 하고 있지만 고요한 정적을 깨우는데 소음이 일등 공신일 수밖에 없다. 출근을 앞두고 아내의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며, 아이들의 등교나 출근을 위해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낀다.

일단 집 밖으로 나오면 더욱 커지는 자동차 엔진이나 경적소리에 그리고 지하철 레일이 미끄러지면서 터널의 고요함이 굉음으로 들릴 뿐 아니라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멘트에 나의 귀는 혹사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모자라 핸드폰의 동영상을 보기 위해 이어폰까지 끼고 있노라면 귀에 압박과 주변의 시끄러움으로 고통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소리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진료실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환자 앞으로 다가간다. 치료를 위해 돌아가는 핸드피스의 회오리같은 소리는 보철, 임플란트라는 큰 수입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 다지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아름다운 악기소리로 들릴 수는 있겠지만 내 귀는 계속적으로 혹사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suction소리까지.

진료실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며 에어콘에서 나는 바람소리, 환자들의 휴대폰소리, 창가 넘어 도로에는 응급실로 향하는지 앰블런스 경적소리 그러다 진료에 불만을 품고 대기실에서 제법 큰소리치는 환자의 소리에 진절머리가 나는 나의 귀가 용케도 잘 견디고 있다.

진료중일때는 모르지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들려오는 카톡, 문자메시지 소리도 제법 신경이 쓰인다. 짜증나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휴대폰 또는 컴퓨터 검색을 하거나 새로운 정보, 반가운 내용 앞에 그 괴로움은 잠시 잊고 만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인근 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서 가보니 식당에 웬걸 아주머니들의 계모임인가? 시끌벅적, 웃음소리 등 여성들의 하이톤이 귀를 쩌렁쩌렁하게 만든다.

유달리 크게 들리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적나라한 웃음앞에 점심식사는 먹는둥 마는둥 하며 나와 버렸다.

 오후에 환자 내원이 뜸해서 되풀이 되는 기계음을 멀리하고 잠시 원장실에서 쉬려하니 컴푸레셔 돌아가는 소리는 환자진료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소리처럼 우렁차게 건물을 뒤흔들듯이 소리를 내고 있다.

이래저래 환자진료를 마무리하고 다시금 원장실에서 휴식을 취하려하자 이번엔 퇴근시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지 직원들의 진공청소기 소리에 또 한번의 귀가 진절머리가 날 만큼 힘들어 한다. 하지만 퇴근이라는 꿀맛을 느낄 시간이 다가오니 나름대로 참을만 하다. 마지막 진료를 끝마치고 귀가하기 앞서 컴퓨레셔 바람 빠지는 소리는 마치 수업이 끝날 때 알리는 소리처럼 시끄럽지만 진료수입이 괜찮아서인지 반갑게 들린다.

그러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치과를 나와 퇴근을 한다. 컴푸레셔 소리를 뒤로하고.
나른한 몸을 이끌고 대중교통수단에 의존하며 퇴근하지만, 피곤함인지 아침 출근시간에 맛 보았던 경험인지 그다지 시끄럽게 들리지는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가는 퇴근길에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기다리는 운동을 향해 도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러나 여기서도 소음공해와 내 귀의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검도를 하기위해 쓰는 호구는 죽도로 타격을 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때리고 막고 소리 지르면서 한바탕 소리와 싸움이 계속된다.

그러나 수련을 마치고 묵상을 할 때면 고요한 정적이 도장에 흐른다. 이것이 마지막 귀의 평온함을 찾아주는 시간이며 소리로부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귀에 대한 소중함을 잠시 알게 하는 시간이다.

운동을 마치고 귀가 후 잠자리에 들기 전 12시, 고요함 속에 아내의 샤워하는 소리가 마음을 심난하게 한다. 설레임과 반가움이 교차하며 떨어지는 물소리는 전혀 시끄럽지가 않다. 마치 가뭄속에 내리는 단비와 같기 때문일까?


잠자리에 들기 전 적막함과 고요함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닌 순수한 아내의 사랑의 멜로디를 듣고 싶은데, 옆방에서 열공중인 아들의 영어 읽는 소리가 더욱 더 내 귀를 못 살게 괴롭히는 하루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되풀이 되는 일상생활을 멀리 할 수는 없지만 타인으로부터 듣기 좋은 소리를 듣는 그날은 언제 쯤 찾아 오려나!


이승룡 뿌리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