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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모양의 예술 나전칠기 매력에 푹

자개공예 수집가 김경선 원장
시간·혼·마음 담긴 작품 감동
힐링하며 환자 볼 에너지 충전


“보는 위치에 따라 빛과 모양이 달라지는 자개의 매력을 느끼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의 이러한 훌륭한 기술과 예술감각을 이어받아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오랜만이었다. 자개가 발하는 빛을 본 것이. 치과 곳곳에 놓여있는 장과 반닫이, 경대, 빗첩, 바느질통 등이 발하는 은은한 빛은 금속의 것과는 다른 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다. 


김경선 원장(한도치과의원·전 치협 부회장)이 이 같은 자개의 매력에 빠져 자개공예품 수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신의 치과에는 물론 집안 곳곳에 놓인 공예품이 상당수다.     

김경선 원장은 “경주 양동마을에 자개공예품을 전시하는 개인박물관이 있었는데, 박물관 운영자가 작품을 처분하며 한두 개 공예품을 소장하게 된 것이 수집의 시작이었다”며 “자개작품은 볼수록 조상님들의 슬기로움이 느껴지고 제조법에 감탄하게 된다. 요즈음 가구들과 같이 일률적으로 규격화된 느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간과 혼과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자개는 나전칠기의 우리말. 옻칠의 바탕위에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형태로 오려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옻칠을 하는 정성을 들여 작품을 완성한다. 자개의 아름다운 빛깔은 패각 속 탄산칼슘의 무색투명한 결정이 빛을 받을 때 프리즘과 같은 색광현상을 일으키면서 발한다. 또한 조개껍데기 자체의 박막에서 생기는 색현상도 발색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전복껍데기의 아름다운 빛깔이 그 예다. 

김경선 부회장이 수집품 중 가장 아끼는 것은 호두나무로 만든 이중찬합. 은은한 갈색 바탕에 자개장식이 박힌 이 찬합에 식사를 하던 조상들은 아마도 높은 신분의 귀인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최근에는 아는 작가가 기존 공예품을 파스텔톤의 현대적 느낌이 물씬 드는 작품으로 리폼해 준 것이 매력 있다고 소개했다.  


김경선 부회장은 “자개가 공해에 민감해 요즈음은 때 묻지 않은 작품 구하기 쉽지 않고 장인들의 기술 전수도 힘들어져 예전같이 많이 작업하지 않아 점점 작품이 줄어드는 추세라 아쉽다”며 “무엇이든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경선 원장은 “요새는 환자들의 지식이 많아져 치과의사의 얘기를 안 듣고 본인이 원하는 진료를 해 달라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치과치료도 진료라기보다 시술정도로 인식한다.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커 이를 잘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에게는 자개작품을 접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되곤 한다. 여기서 다시 삶의 에너지를 얻고 이를 다시 환자를 위한 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료들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빠져들 수 있는 취미를 통해 삶의 위안을 얻고 충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 취미활동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