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침투해 중요파일에 대한 접근을 암호화, 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이른바 ‘랜섬웨어(ransomeware)’로 인한 개원가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주로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유포하던 기존의 패턴에서 다변화해 최근에는 어플리케이션, 운용체계(OS), 파일공유사이트(P2P) 등으로 침투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감염경로 자체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대형 커뮤니티인 ‘뽐뿌’에 랜섬웨어의 일종인 ‘크립트(crypt)XXX’가 배너광고를 타고 확산돼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양산됐다. 공격자는 어도비 플래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취약점을 이용해 랜섬웨어를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대량 저장돼 있는 의료기관의 PC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는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건넬 수밖에 없어 공격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랜섬웨어 감염돼 결국 300만원 ‘헌납’

올해 초 울산의 A원장은 랜섬웨어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다. 부지불식 간에 치과 PC로 랜섬웨어가 침투해 저장돼 있던 모든 파일의 이름을 바꿔 놓는 식으로 암호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뒤따른 금품요구.

A원장은 “어떻게 감염됐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는데, 이걸 풀기 위해서는 수천 개 파일명을 하나하나 복원하거나 돈을 지불하는 방법 뿐이었다”면서 “우리 치과는 다행이 업체 측과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자동 백업하는 방식으로 대비를 해 피해는 없었지만 매우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인근의 다른 치과의 경우, 마찬가지로 랜섬웨어에 감염됐는데 대비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결국 300만원을 지불하고 나서야 암호화 해독키로 복구할 수 있었다는 게 A원장의 첨언이다.

전문가들은 랜섬웨어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상 ‘백업’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A원장의 사례처럼 별도의 하드를 두고 자동 백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1일 혹은 일주일 단위로 자체 백업을 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한 정보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장 빈도가 높은 감염경로는 역시 메일이다. 일단 생소한 형태의 메일은 열람하지 않는 게 좋고 데이터 백업의 생활화를 실천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중요한 문서 같은 경우는 퇴근 전에 백업을 해 내 PC와 분리시켜서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백업 디바이스, 가령 USB 같은 장치는 반드시 PC와 분리하는 게 포인트다.

치과 등 보안솔루션 업체 전문가 역시 “변종이 수시로 발생하고, 대상 파일역시 형태를 가리지 않아 감염되면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일단 주기적으로 백업하는 게 좋으며, 백업이 됐다면 실행은 오프라인 상태에서 하는 게 좋다. 평소에 백업 장치는 반드시 PC와 분리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뽐뿌 같은 케이스는 배너광고에 심어진 랜섬웨어가 유포된 것이라 익스플로러보다 크롬 같은 OS를 사용하는 게 좋고, 익스플로러를 계속 사용한다면 주기적으로 버전 업데이트를 하는 게 좋다. 랜섬웨어는 보안 취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고 강조했다.

운이 좋은 케이스지만 감염된 후 스스로 복구한 원장의 사례도 눈에 띤다. 경기도 일산에서 개원하는 B원장은 올해 초 랜섬웨어에 감염됐지만 ‘멀웨어바이트(Malwarebyte)’라는 안티 악성소프트웨어로 해결했다. 그러나 현재 멀웨어바이트는 유포가 중지된 걸로 파악, ‘앱체크 프로(AppCheck Pro)’라는 무료 SW역시 효과적인 대비책이라고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