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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한국 치과는 환자 늘어난다?

경기불황일수록 되레 치과 내원횟수 증가 통계
수출업체 ‘울상’속 치의 등 고급인력 진출 호재

“트럼프가 당선되고 처음에는 다들 당황하는 분위기였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에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 트럼프가 오바마케어의 어떤 부분들이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는 중이라 당장 폐지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전반적으로 예측해보자면 당분간은 크게 변화가 없으리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치과를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트럼프 당선에 즈음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 직후 ‘센세이셔널한’ 후보자의 모습을 재빨리 벗어던지고, 안정된 당선인의 모습을 견지하면서 충격에 빠졌던 미국의 분위기도 가라앉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가 쏟아냈던 각종 공약들이 인선으로 형체를 갖추면서 그 불확실성에 따른 공포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 발 거대한 나비의 날갯짓은 한강에 어떤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까?

# 보호무역 등 거시적 영향 불가피

트럼프의 당선이 대한민국 치의학계, 그것도 김 원장의 개인 클리닉에 미칠 영향은 지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의 국제, 통상 공약들을 뜯어보면 분명 거시적인 측면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먼저 꼽아볼 수 있는 문제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여파. 미국 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장 한미FTA로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노무라증권 측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FTA의 기조를 엎고,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경우, 2017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0%에서 1.5%로 떨어진다는 전망치가 있는데, 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불황의 국면에 들어서면 치과 내원율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경기불황이 의료 이용 및 의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경기불황(2008년 미국 경제위기) 국면에서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출 감소가 크지만 치과진료비는 소폭 상승한다. 의료 이용 횟수 역시 소득 1, 2분위는 외래방문이 0.5% 감소하지만, 치과 방문횟수는 0.6% 증가하며, 소득 5분위 역시 치과 방문횟수가 0.9%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대미 수출업체 ‘기술력으로 장벽 뚫는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치과 재료대의 상승 역시 예측된다. 특히 금값의 상승과 연동한 골드크라운 등의 재료대의 변동 추이가 주목된다. 한 치과용 골드취급 업체 측은 “경기변동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치과용 골드 역시 시세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폭 상승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에서 개원하는 B원장은 “변동이 심하진 않아도 (골드 재료대) 추세구간이 있는데,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상승국면을 맞게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된 날(9일) 금값은 그램 당 46,924.07원에서 48,030.82원으로 상승해 금 투자에 대한 기대심리가 발현됐다. 그러나 현재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라 장기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하던 국내 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장령기 치재협 국제이사는 “우리 업체만 하더라도 대미 수출비율이 80% 정도인데,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의료기기에 대한 관세를 더 높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4종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술적 우위로 승부하려고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으로 치과의사 등 고급인력 진출에는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국환 치협 국제이사는 “불법이민자에 대한 대처는 단호했지만, 미국 내 산업부흥을 위해 고급인력에 대한 문호는 계속 열어둘 것이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