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구름조금동두천 15.5℃
  • 맑음강릉 20.5℃
  • 맑음서울 15.1℃
  • 맑음대전 15.3℃
  • 맑음대구 14.1℃
  • 맑음울산 14.9℃
  • 맑음광주 15.6℃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5.0℃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5.1℃
  • 맑음보은 12.7℃
  • 맑음금산 11.9℃
  • 맑음강진군 15.7℃
  • 맑음경주시 15.3℃
  • 맑음거제 14.8℃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시국 단상

스펙트럼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 사법부까지 이럴 수가 있냐며, 이게 나라냐며 성토하기 바쁘다. 힘 있는 자들의 눈치 보기와 당리당략만 좇는 모습에 급기야 12월 3일 광화문 주말 촛불집회에는 230만이 넘는 시민들이 모이고 촛불을 넘어서 횃불까지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3권 분립을 기반으로 각자 맡은바 책임이 있다며 눈치 없이 비선실세를 고려하지 않은 말을 했다가 대통령의 싸늘한 눈초리 받고 직위해제 된 사람이 있는 반면, 레이저 눈초리 받을까봐 알아서 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거 대통령의 주위에 포진해 있음을 삼척동자라도 다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는 전형적 감정인 두려움, 분노, 슬픔, 기쁨 이 네 가지 중 아마도 분노를 가장 강하게 느낀다. 분노, 즉 ‘화’는 주로 침해감과 관련이 되어 있는 감정이다. 거슬림, 언짢음, 서운함, 싫음, 짜증, 신경질, 약오름, 미움, 좌절, 무관심, 냉정함, 비판, 적대감, 억울함, 복수심이 다 분노와 관련되어 있다.

아무런 공적 권한 없이 무소부재의 권력을 행사한 최씨에 대한 거슬림과 언짢음, 소중한 한 표를 던져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나라를 위한 사명감은 온데간데없이 꼭두각시처럼 행동했으면서도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는 대통령은 대체 대통령의 역할이 얼마나 엄중한지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서운하고 짜증이 난다.

눈초리 받을까봐 알아서 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해 신경질이 나고 약이 오르며 밉다. 나랏돈을 마음대로 자기 주머니로 챙기는 비공식적인 경로를 확인하고 나니 이제는 세금내는 것도 억울하다.

 이런 국가적인 중대사와 관련된 감정 외에도 우리는 매일 매 순간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위에서 기술한 전형적 감정 밑에 깔려있는 근원적 감정에는 혐오감과 호감이 있다. 혐오감은 불쾌감으로 인한 회피감으로 두려움,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의 근원에 있고 호감은 쾌감과 관련되어 있는 친근감으로 긍정적 감정을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하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은 주로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반면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고 설령 그런 기회가 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느끼고 반응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삶은 부드럽고 따뜻한 솜털 뭉치가 아니라 차갑고 거친 수세미처럼 느껴진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 나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모인 사람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심정으로 자기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나왔다. 김정은이 이들 때문에 못 쳐들어온다는 그 무섭다는 중학생들이 자진해서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에게 따뜻한 두유와 손난로를 나누어 준다. 아기를 데리고 나온 엄마가 아기를 잃어버렸는데 옆의 아주머니가 신경 써 줘서 아기를 찾았다고 한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연단에 올라가서 발언하며 열띤 호응을 받는다.

누가 ‘경찰은 일도(하나도)다치게 하지 말자!’라고 외치면 모두다 와! 하면서 박수 친다. 참 감격스러운 현재 진행형의 실화다. 나 뿐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구나 하고 느끼면서 자신을 녹여 빛을 내는 촛불의 심정으로 하나 된 마음이 될 때 우리는 단합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리게 된다.
타인을 향한 공감적 감정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느낄수록 삶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 진다. 소위 솜털같은 부드러운 삶, 또는 웅장한 감격에 사로잡히는 삶이다.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 또한 이런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의 작은 소망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