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들어서다 보니 같은 치과의사지만 삶의 모습은 매우 다양한 것 같다. 개원을 하거나 공직에서 전일제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자유계약직으로 일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치과 일을 그만두고 자녀교육과 함께 가사 일을 하는 치과의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어떠한 모습이던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행복하기를 바랄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개원해서 크게 성공하거나 공직에서 큰 명예를 얻으면 행복한 것일까? 치과 일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치과 일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10대, 20대 때는 에너지가 충만하고 의욕도 많아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자주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 행복감이라는 것을 이제 와서 반추해 보면 작은 일에도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고 만일 나의 상황을 옆 사람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행복감은 사라지고 씁쓸한 기분만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너무 어려서 비교라는 것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며 내가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등수로 표현되는 교육, 비교의 습관은 우리 시절 많은 학생들의 마음에 획일적으로 내면화 되
믿었던 이의 배신은 고통스럽다. 열과 성을 다하여 믿었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렇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내게 고통을 안겨줬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헌법수호의 막중한 의무를 걷어차 버리고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배신감은 허탈감으로 뒤바뀐다. 엄연한 법치체계를 무시하고 최순실이라는 한 개인에게 국정농단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자신의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시키는 속물이라서가 아니다. 국무총리와 각 부처의 장관 등 국정 운영의 정당한 체계를 무시하고 소위 ‘강남 아줌마’라고 일컫는 한 자연인과 국정 운영 과정을 공유하고 또 실지로 이 과정을 거쳐서 중차대한 국가 과제가 결정되고 실행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문에도 적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그 이후의 과정에서도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지 아니한 점 등 후속 조치에 있어서도 헌법수호의 의지를 읽을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미르 재단 출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은 한 푼도 없으므로 탄핵은 지나치다는 논리도 내가 보기에는 빈약하다. 횡령이
얼마 전 친정어머니의 우측 대퇴골 경부 골절로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우선 응급 의학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나서 정형외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머리에는 까치집을 짓고 한 3일은 못 잔 듯 매우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다. CT결과 대퇴부 경부 골절이라며 수술을 해야 하겠지만 수술을 하려면 2~3주 후에나 수술이 가능하며 그동안은 응급실에서 버텨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너무 고생이 되니까 한 3개월 정도 누워있으면 간혹 뼈가 붙는 수도 있으니 그냥 귀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응급실과 종합병원 사정을 그래도 좀 아는 나였기에 위 이야기에서 오류를 몇 가지 찾아낼 수 있었다. 첫째, 아무리 붐비는 병동이라도 매일 퇴원환자가 생기기에 검사나 항암치료보다는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먼저 입원이 되므로 2~3주간 응급실에서 불편하게 기다릴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둘째, 3개월 정도 누워있으면 간혹 뼈가 붙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뼈는 고정을 해야 뼈로 붙지 누워있더라도 약간씩이라도 움직이는 경우 결체조직 덩어리가 생길 수 있기에 간혹 뼈가 붙는 수가 있다는 이야기 자체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초등학생부터 고령자에 이르기까지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부 사법부까지 이럴 수가 있냐며, 이게 나라냐며 성토하기 바쁘다. 힘 있는 자들의 눈치 보기와 당리당략만 좇는 모습에 급기야 12월 3일 광화문 주말 촛불집회에는 230만이 넘는 시민들이 모이고 촛불을 넘어서 횃불까지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3권 분립을 기반으로 각자 맡은바 책임이 있다며 눈치 없이 비선실세를 고려하지 않은 말을 했다가 대통령의 싸늘한 눈초리 받고 직위해제 된 사람이 있는 반면, 레이저 눈초리 받을까봐 알아서 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대거 대통령의 주위에 포진해 있음을 삼척동자라도 다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우리는 전형적 감정인 두려움, 분노, 슬픔, 기쁨 이 네 가지 중 아마도 분노를 가장 강하게 느낀다. 분노, 즉 ‘화’는 주로 침해감과 관련이 되어 있는 감정이다. 거슬림, 언짢음, 서운함, 싫음, 짜증, 신경질, 약오름, 미움, 좌절, 무관심, 냉정함, 비판, 적대감, 억울함, 복수심이 다 분노와 관련되어 있다. 아무런 공적 권한 없이 무소부재의 권력을 행사한 최씨에 대한 거슬림과 언짢음, 소중한 한 표를 던져 대통령으로 뽑아 준 국민의 염원에 부
2444호에 이서 계속 원고 측에서도 턱과 연결된 얼굴부위의 시술은 합법적이라고 인정하였으나 단지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을 받은 경우에 한한다는 분위기였고 치과의사의 안면부위 시술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기에 1심과 2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원고 측에서는 1심과 2심의 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즉 의료법상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주위 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악안면 부위에 한정되는데 악안면 영역이라 함은 독립된 턱과 얼굴이 아니라 많이 봐줘야 턱과 연결된 얼굴부위라는 것이었다. 또한 피고는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 치과의사이기에 보톡스 시술 전에 행해야 하는 환자의 전신상태 평가가 불가능하고 시술 후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므로 위법성을 인정하여 막지 않으면 선량한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죄형 법정주의에 의거해서도 유죄라는 논리였다. 실질적으로 처벌은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로 미약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만일 대법원에서 조차 유죄로 판결이 난다면 치과의사들의 진료에는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의료 영역 제한이 판례로 유권해석되므로 치과의사들의 진료는 구강과 턱 부위만으로 한정된다. 안면 부
2011년 어떤 치과의사가 보톡스 주사로 눈가와 미간의 주름치료를 하여 의료법에서 규정한 한도 바깥의 무면허 의료를 하였다는 죄목으로 이비인후과 의사의 고발을 당했다. 원심은 의료법상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주위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턱과 얼굴 부분에 한정되는데 이 보톡스 시술은 눈가와 미간에 한 것으로서 치아 주위 및 턱과 얼굴 부분에 시술한 것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즉 유죄라는 것이다. 피고는 여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재판부는 이 문제가 국민의 의료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여 2016년 5월 19일 공개변론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하나의 사건을 심리할 때 국민의 관심이 높고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사료되는 사안에 대해 공개변론을 하는데 참고로 이 사건 직전의 공개변론은 2015년 9월 18일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에 관한 건이었다. 인터넷과 TV로 생중계되는 공개변론의 목적은 법원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얻기 위해 재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공개함으로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자 함이다. 또한 3심인 대법원 재판의 결과는 판례로 남
제갈공명은 교묘한 계략을 펼쳐 사마의가 이끄는 조예의 군사를 호로곡이라는 좁은 골짜기로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사마의의 호기심을 이용하여 말 모양의 수레를 만들어 그 위에 잘 타는 군량을 싣도록 유도하고 입에는 화약을 숨겨두었다. 그 말은 그리스 병사를 숨긴 트로이의 목마가 아니라 호로곡의 목마였던 셈이다. 건기였던 그 때, 천지는 메말라 있었고 공명은 화공을 이용하여 삼국이 마치 솥(鼎)의 세 발처럼 이루고 있던 균형을 마침내 깨뜨리려는 시점에 와 있었던 것이다. 호로곡 위쪽의 촉나라 매복 병사들은 깃털 부채의 신호에 맞추어 활과 노(弩)에 불을 붙여 계곡아래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다. 유인당해 호로곡에 갇힌 위나라 병사들은 출구가 없는 불지옥에서 비명을 지르며 몰살할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 때 공명은 이겼다고 생각했으리라. 길고 지루한 살육의 악순환의 고리는 이 불바다 속에서 끊어지고 위나라의 멸망으로 솥의 한 발이 부러져 나가면서 한나라 유방의 피를 이어받은 임금을 중심으로 촉에 의해 대륙의 통일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으리라.삼국지를 읽으면서 이 대목에서 항상 드는 의구심이 있다. 애초에 공명이 칩거하고 있던 시절에 유비를 삼고초려 시켰던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