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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보톡스 주름치료, 치과의사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나요? Ⅱ

스펙트럼

<2444호에 이서 계속>
원고 측에서도 턱과 연결된 얼굴부위의 시술은 합법적이라고 인정하였으나 단지 구강악안면외과 수련을 받은 경우에 한한다는 분위기였고 치과의사의 안면부위 시술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기에 1심과 2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원고 측에서는 1심과 2심의 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즉 의료법상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와 주위 조직 및 구강을 포함한 악안면 부위에 한정되는데 악안면 영역이라 함은 독립된 턱과 얼굴이 아니라 많이 봐줘야 턱과 연결된 얼굴부위라는 것이었다. 또한 피고는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 치과의사이기에 보톡스 시술 전에 행해야 하는 환자의 전신상태 평가가 불가능하고 시술 후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므로 위법성을 인정하여 막지 않으면 선량한 국민들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죄형 법정주의에 의거해서도 유죄라는 논리였다.

 실질적으로 처벌은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로 미약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만일 대법원에서 조차 유죄로 판결이 난다면 치과의사들의 진료에는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의료 영역 제한이 판례로 유권해석되므로 치과의사들의 진료는 구강과 턱 부위만으로 한정된다. 안면 부위의 시술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이다. 또한 치과대학에서 구강암의 독자적인 수술이 어려워진다. 구강암은 보통 구강과 턱 부위에서만 생기지 않고 구개와 인후, 비강, 안와 등 복합적으로 생기는데 구강과 연결되어 있는 부위를 수술했을 경우라 할지라도  기소되었을 때는 합법성을 증명해야 한다. 즉, 법적으로 취약한 위치로 전락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강암의 치료와 연구에 심각한 위축을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양악 수술을 하면서는 구강과 관련이 있는 부위니까 수술을 해도 되고 관골 성형술은 안되니까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서 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선 종합병원에서 안면 부위의 외상 환자가 왔을 때 치과의사 따로, 일반 의사 따로 분리해서 치료를 해야 되는 상황이 생긴다. 환자의 얼굴에 선을 긋고 여기는 치과의사인 당신이 꿰매시오, 여기는 치과의사는 꿰매면 안 되니까 내가 꿰매겠소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을 하겠는가? 그러다가 치료시기를 놓쳐서 입는 피해는 누가 보상을 하겠는가? 이것은 단순히 한 치과의사의 일이 아니라 모든 치과의사들에게, 또한 치과 치료를 받는 선량한 국민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2심에서 패한 후 상고를 하였으나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대법원 재판은 사회 통념보다는 법리를 위주로 따지는 재판으로서 공개변론을 모두 지켜본 바에 따르면 치과진료 영역에 관한 사회의 통념과 법리의 대결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피고 측 변호인과 참고인 진술의 주된 내용은 치과의 한 영역인 구강악안면외과의 안면은 진료해온 역사에 따라 원래 턱과 독립적인 안면이라는 것이다. 또 구강악안면외과의 교육이 치과대학의 정규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등 증거와 진료현황을 종합해 볼 때 치과의사는 구강악안면외과의 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고 시술을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 하는 것은 본인의 역량과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전문의 제도가 정착되어 있는 의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면 전문의가 아닌 의사도 자기가 할 수 있으면 기흉 수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등 의사의 진료 영역은 법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다만 기흉 수술이 잘못되어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졌을 경우는 죄형 법정주의에 의해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본인이 전문의가 아닌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으므로 자신 있는 수술만 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사는 보톡스 치료는 신체 어느 부위이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피고측 참고인은 치과의사도 악안면 영역에 대해서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논리에 의해 쌍꺼풀 수술과 관골 성형술도 당연히 치과의사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이번 재판에 승소함으로써 모든 치과의사는 턱과 안면 부위의 외상치료, 종양치료, 재건수술, 미용시술의 합법성을 보장받게 되었고 자신의 역량과 양심에 따라 시술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존엄한 권리를 얻었다. 이는 치과라는 단어에 구애받지 않고 일반 국민의 의료권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자 했던 법리의 승리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재판을 위해 애써 주신 치협의 많은 선생님들과 법리에 호소한 변호인과 참고인의 크나큰 수고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사회적 통념보다는 법리를 중시한 판결을 내려주신 판사님들께도 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제는 치과의사를 치아와 그 주변조직에만 묶어 놓았던 족쇄가 풀렸다. 더욱 뛰어난 치과의사가 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는 치과의사인 우리가 먼저 우리의 권리를 잘 인식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펼쳐나가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