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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료를 해야하는 이유

특별 기고

철저한 감염관리가 우리치과를 차별화 하며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 ‘치과를 운영할수록 중요한 것이 감염관리, 예방 프로세스더라’라는 메시지를 동료들에게 전하고 있는 김진립 원장(서울샤치과대표원장)이 감염관리 팁을 연재한다.    


연재순서

1. 감염관리를 해야하는 이유
2. 멸균기 선택시 고려사항 및 멸균신뢰성 검사
3. 개인방호
4. 예방치료를 해야하는 이유



보건 복지부가 발간한 ‘2015년 환자 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원당 하루 평균 환자 수는 17.4명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치과의원 수가 약 1만6,000여개 이고, 치과의사 수가 2만3,000여명이니 실제 치과의사 1인당 하루 평균 환자 수는 약 12명에 불과하다는 뜻인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개원할 때 인근 병원에 떡을 돌리거나 점심때 주변 병원 원장님들끼리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과거가 된지 오래다.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비해,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증가일로에 있다. 자고 일어나면 인근에 새로운 병원이 생기고,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과 같은 고정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으니, 병원이 매년 조금이라도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뜻이다. 의료 환경에 위험요소가 감지될 때 대다수의 원장님들이 제일 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인근보다 수가를 낮추는 것이다. 비록 수익률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우선은 환자 수를 늘려 후일을 도모하기 위함이고, 그 다음으로 선택하는 것이 최신 장비 도입이다.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하면서, 새롭고 진보적인 시술로 추가 수납을 유도하여 낮아진 수가를 보상하기 위함이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웃는 곳은 우리 병원 또는 다른 병원이 아니고, 신규 재료와 장비를 파는 업체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의사들 간의 경쟁을 부추겨 신규 장비의 필요성을 과대광고하고, 우리들은 불안감에 못 이겨 또 리스를 감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다 보니 2014년 신규대비 치과병원 폐업률은 91%, 치과의원 폐업률은 58%에 육박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병원들은 낮은 수가와 신규 장비를 바탕으로 동네치과가 감히 따라올 수없는 경쟁력을 가지다 보니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면에는 우리 치과계가 그 동안 새로운 시장을 찾지 못하고 비보험 진료의 대표 영역인 교정과 임플란트라는 두 시장에만 너무 관심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부터 그 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보험진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나마 동네치과의 생존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보노라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 것이다.

2015년 KOSIS(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0부터 2015년까지 일반 건강검진 대상자 중 수진자 비율이 73.8%이고, 그 중 구강검진 수진자 비율은 29.35%라고 한다. 구강검진 수검 인원의 15.31%는 이 닦는 법 교육이 필요했고, 51.5%는 치석제거가 필요했고, 9.16%는 잇몸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충치 치료나 교정, 보철 치료와 같은 비보험 진료를 제외하고 보험치료와 예방치료가 필요한 인원이 약 70%에 육박함에도 2013년 한 해 동안 치과를 방문한 환자는 4명 중에 한 명이라고 한다. 유럽인의 50% 이상과 미국인의 40% 이상이 매년 치과를 찾는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치과 문턱이 높다는 뜻인데, 통증이나 신뢰도 부족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치료비에 대한 부담감을 들 수 있다.

치과 비보험 진료비는 재료비나 내원 횟수,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는데 교정이나 임플란트 비용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치과 비보험 치료비는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한다. 하지만, 치과 외래 이용 항목을 비교해보면, 2004년 미국인의 73%는 검진이나 예방을 위해 치과를 내원한 반면, 2013년 우리나라는 보존, 치주, 보철, 교정 등의 치료로 내원한 비율이 77%에 달하고 예방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에 불과하다고한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은 예방을 목적으로 치과를 방문하지만, 우리나라는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치과를 다니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치료비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예방치료 또는 예방관리의 중요성과 방법은 치과의사, 치과위생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병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예방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병원들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라는 사실을 우리 의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전술(前述)했던 바와 같이 예방이나 보험치료가 필요한 잠재적 환자가 70% 이상인데, 그 중 단 2%만이 예방 목적으로 치과를 찾는 현실에서 우리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와 교정이라는 너무 한정된 영역만 고집할게 아니라 예방치료라는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영역의 가능성을 타진해 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예방치료는 구강질환을 유발하는 원인균 제거 및 관리가 주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치면 세균막 제거, TBI, 불소도포, 실란트 등인데 그 내용은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추가적인 교육이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할 수가 있다. 게다가 치과의사는 진단 및 계획을 세우고 실행의 대부분은 숙련된 치과위생사가 진행하므로 병원간 치료 결과의 편차가 크지 않다. 즉, 대학병원, 대형치과, 동네치과의 차이가 별로 없고, 전 국민이 잠재적 대상자 이므로 상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영역이다. 다행히도 예방치료관련 사항들이 상당부분 비급여 항목으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청구가 가능하며 구강위생용품이 함께 처방된다면 추가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방치료를 병원에 적용할 때 머뭇거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치료 동의율에 대한 의문이다. 치과 문턱도 높고, 예방은 중요하지만 보편화 되지 않았기에 환자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의료진들 또한 예방치료를 ‘꼭 필요한 치료’라기보다는 안 해도 되는 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방치료가 보편화되기 위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예방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이다. 예방보다 좋은 치료는 없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이다. 충치나 잇몸질환이 있는 환자를 아무리 열심히 치료한다 하더라도 후속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치료 효과는 반감된다. 오랜시간이 걸려서 임플란트와 교정치료를 했다하더라도 관리가 안 되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감에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의 스케일링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시행하는 예방관리와 더불어 환자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써 대부분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확신만 있다면 충치치료나 잇몸치료처럼 예방치료도 고유한 치료의 영역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예방치료는 단순히 미래의 질병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소극적 예방치료와 치료 중간에 타 치료의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적극적인 예방치료로 나눌 수 있겠다. 일반적인 예방관리라 함은 소극적 예방치료를 의미하는 것인데, 주로 선택의 주체는 환자다 보니 동의율이 낮고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반면, 적극적 예방치료는 주치의가 양질의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 전체 치료 계획 속에 포함시킨 과정이므로 환자의 동의를 따로 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프라그 관리가 안 되어서 충치가 많은 학생을 치료할 때 일반적으로는 퍼미스로 치면 세마를 진행한 뒤 레진 또는 인레이로 치료를 완료하지만, 우리치과에서는 수회에 걸친 예방치료를 통해 치면 세균 막을 제거하고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놓은 뒤 충치 치료를 시행하고, 마지막으로 불소를 도포함으로써 전자보다 치료 효과의 향상을 도모한다.

임플란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도 치료 중간에 예방치료를 적용하는데, 임플란트 시술 후 보철 완료 전에 치주치료와 예방치료를 병행해서 치석과 치면 세균 막을 제거하고 효율적인 구강관리 습관을 갖게 한 뒤 보철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합병증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예방치료는 양질의 치료 결과와 예방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다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치료 계획 속에 꼭 포함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 사실을 치과의사와 치과관련 종사자들이 이해하고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적용할 때 예방치료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치과계 뿐 아니라 모든 의료계가 성장 동력을 많이 잃은 듯하다. 새로운 치료 영역을 찾지 못한다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진흙탕 속에서 동료들끼리 싸우는 이전투구가 되풀이 될 것이다.

신 의료 기술과 새로운 장비를 활용한 치료 범위 확대도 의미가 있겠지만, 의료 본질에 충실하는 예방 영역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 비춰봤을 때 지금보다 수십 배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비단, 수익증대의 목적만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막아주는 예방이야 말로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다.

예방치료,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서 당장 시행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진립 원장
•서울아산병원 보철과 인턴레지던트 수료
•아주대학교 치과보철과 교수
•구강악안면임프란트학회 이사, 우수회원
•대한턱관절교합학회 이사
•ICOI(국제임플란트학회) 한국지부 이사
•대한치과이식임플란트학회 경기지부 이사
•서울샤치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