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잡상
힘들고 지치던 원내생 생활과 국가고시 공부를 마치고, 벚꽃이 피는 동안 훈련을 받고 나니 나는 공중보건의가 되어 있었다. 공중보건의가 되고 처음 느낀 감정은 바로 당혹스러움이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공무원 신분이 되자마자, 나와는 달리 공직생활에 익숙한 직원들과 섞여서 생활하는 것. 그것이 나를 우선적으로 당황스럽게 했다. 내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내게 어색한 것이 당연할 때, 법칙과 규율을 따라 습관을 바꾸며 생활하는 것이 가면을 쓴 것 같았고, 훈련소 생활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치과의사로서의 역할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학생이었던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한 명의 치과의사로서 대하는 것은 아주 긴장되는 일이었다. 특히나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들, 그분들이 아픈 이유를 알려달라며 나를 쳐다볼 때마다 내가 치과의사로서 가진 지식이 보잘것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당혹스러움이 차차 가시자 두 번째로 다가온 감정은 막막함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뒤. 2020년 소집 해제될 때까지의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버리는 시간, 흘려보내는 시간으로
- 송창목 공중보건치과의사
- 2017-05-10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