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춘성(花爛春盛) 그리고 김밥예찬
어느덧 인생의 초가을쯤,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나. 화사한 봄 햇살같이 나에게도 봄이라 불릴만한 시기가 있었다. 사촌들까지 오빠만 9명인 딸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친척들과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라며 부러울 것 없이 유년시절을 보내온 나는 어릴 적 엄마, 아빠가 만들어 주셨던 김밥이 그리도 맛있었다.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갈라치면 왜 꼭 비가 왔을까. 소풍 때면 아빠와 엄마는 새벽부터 뽀얀 흰 쌀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참기름과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는 깨소금을 듬뿍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맛있게 비벼내셨다. 까만 김 위에 양념한 밥 한 덩이를 척 얹어 두툼하게 썬 단무지, 소시지, 달걀, 오이. 사실 오이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가끔 다투셨다. 엄마는 시금치가 쉬면 탈난다고 오이를 넣자고 주장하셨고, 아빠는 맛이 떨어지니까 그래도 시금치를 고집하셨다. 아마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이 탈나는 게, 맛없게 김밥을 먹는 게 싫었던 두 분의 다르지만, 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그 시절에 귀했던 쇠고기는 미리 정육점에서 김밥에 넣기 좋게 썰어서 준비를 하셨다. 그 시절에는 게맛살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엉을 넣어주신 적도 있
- 이경화 ㈜메디칼유나이티드 실장
- 2017-04-26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