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삶에 개입합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으셨던 40대 중반에 선친께서는 틀니를 끼기 시작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서랍 속에서 뒹구는 헌 틀니는 낯설지 않았다. 비록 함부로 가지고 놀 수는 없지만, 신기한 장난감이었다. 때로는 뜨거운 찌개를 후루룩 드시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틀니 끼신 아버지가 부럽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치과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고, 가끔 틀니를 꺼내 들고 주머니칼로 내면을 조정하시거나 먹지를 입에 물고 교합조정을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자주 본 나로서는 의치를 전공하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레지던트 1년 차, 처음 배정받은 틀니 환자는 나에겐 굴욕이었다. 본 뜨는 인상채득 과정이 과연 잘 된 것인지 알 수 없고 그 결과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던 당시로는, 스텝마다 선배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치료를 진행했다. 다행히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환자는 수납 창구에서 ‘나를 치료한 의사가 틀니를 처음 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실습 대상이었기 때문에 치료비를 반만 내겠다’고 소란을 피웠고 나는 과장님께 불려가 꾸중을 듣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조금 손놀림이 익숙해질 무렵, 아버지의 틀니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해드릴 수 있었다. 대견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