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을 저들에게 알리지 말라?
새해 들어 가장 먼저 본 연극이 ‘전화벨이 울린다’란 작품이다.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친절과 웃음을 노동의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감정 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원들의 이야기다. 전화 상담원 수진은 고객에게 표현해야 하는 감정과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 사이의 간극, 즉 감정 부조화 때문에 괴로워한다.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유능한 선배 지은의 말을 듣고, 연극 배우 민규에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고객이 원하는 감정을 자신이 실제처럼 느끼고 ‘연기’하려는 노력이다. 수진은 연기 수업을 통해 가면 쓰는 법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아간다. ‘연기’와 ‘감정 노동’, 두 단어가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 두 번의 개원을 경험하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돌파구로 찾았던 것이 연극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경영과 소신 진료 사이의 갈등으로 혼란스럽던 첫 개원 때 처음 덴탈씨어터(연극을 사랑하는 치과인 모임)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혼란을 극복 못하고 치과를 접으면서 덴탈씨어터와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2년 조금 넘게 쉬는 동안 뉴질랜드의 한 작은 도시에서 여러 달을 머물렀다.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조금씩 생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치과의
- 허경기 조은치과의원 원장
- 2017-02-03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