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자신의 대화편들 곳곳에서 의학적 비유를 이용해 철학적 이론을 펼치곤 한다. 더욱이 그는 오늘날 중시되는 학문 통합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의학적 이론을 그의 우주론과 윤리학에 활용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화편들로는 <티마이오스>와 <필레보스>을 들 수 있다. 우선 이 글에서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그의 견해를 살펴보기로 한다.  

플라톤은 <필레보스>편에서 건강에 관해 다음과 같이 간결한 언급을 하고 있다. 즉 “질병들의 경우, 한정되지 않은 것들과 한정자들의 바른 결합이 건강의 상태를 생기게 한다”(25e). 이러한 진술은 너무나 압축적으로 표현되어서 실제로 건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 별로 말해주는 바가 없어 보인다. 이 간결한 언급을 당시의 일반적인 건강론과 아울러 그의 형이상학적 이론을 결부시킨 표현이다. 위의 구절에서 한정되지 않은 것들이란 부조화 상태에 있는 대립적인 성질들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한정자들이란 그 대립적 성질들이 서로 부조화 상태에서 벗어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수적 비율들을 가리킨다(25d-e). 그러니까 위의 구절이 뜻하는 바는, 당시 신체의 구성 요소로 간주되던 불, 공기, 물, 흙 혹은 온, 냉, 습, 건 등의 대립적 성질들이 서로 부조화 상태로 있을 때 질병이 생기는 반면, 그 대립적인 성질들이 일정 비율들(한정자들)로 한정되어 대립자들간에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질 때, 건강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방식은 지난 칼럼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알크마이온, 히포크라테스 등에 의해 형성된 그리스의 전통적인 의학이론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편에서는 균형과 불균형의 관점에서 몸의 질병뿐 아니라 혼의 질병, 더 나아가서 혼과 몸의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서도 설명을 한다. 먼저 몸의 질병과 관련해서 간결하게 핵심만을 짚어보기로 한다. 그에 의하면 몸의 질병의 한 종류는 몸을 구성하는 네 요소, 즉 흙, 불, 물, 공기의 자연적이지 못한 지나침과 모자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리고 질병의 둘째 종류는 골수, 뼈, 살, 힘줄, 피 등으로, 셋째 종류는  숨, 점액, 쓸개즙 등으로 설명하는데, 기본적으로 지나침과 모자람, 혹은 요소들의 균형의 관점에 의거한다. 
  
다음으로 혼의 질병에 대한 설명을 보면, 플라톤은 혼의 질병 중에는 몸의 나쁜 상태로 인해 생기는 것들도 있다고 보고, 그런 혼의 질병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어리석음은 혼의 질병이며, 이것에는 두 부류, 즉 ‘광기’와 ‘무지’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광기가 몸의 나쁜 상태로 인해 생기는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를테면 정액이 지나치게 많아 골수에 넘쳐흐를 경우에는 강렬한 쾌락이나 고통을 갖게 되어 일생의 대부분을 광기상태로 보내게 된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플라톤은 무지가 악성 체액들로 인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광기란 지나친 혹은 열광적인 정신 활동을 나타내는 것인 반면, 무지란 정신 활동이 부족하고 더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혼의 질병과 관련해서도 플라톤은 그 원인을 균형 잡히지 않은, 지나침과 부족함에서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플라톤은 “모든 훌륭한(좋은)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불균형하지 않다. 따라서 그와 같은 것으로 될 생물은 균형 잡힌 것이라 보아야 한다”(87c)라고 언급하면서 ‘혼과 몸 사이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질병들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혼이 몸보다 더 강해서 너무 격정적일 때는, 혼은 몸을 쇠약하게 만들고 논쟁들과 경쟁심으로 인해 몸이 달아오르게 하여 몸을 뒤흔들어 놓는다고 한다. 다른 한편 몸이 혼에 비해서 너무 강할 때는 몸의 운동이 혼을 지배하게 되어 가장 큰 질병인 무지를 생기게 한다고 플라톤은 본다.

전반적으로 질병과 관련한 플라톤의 생각은 “모든 훌륭한(좋은)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불균형하지 않다”는 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질병이란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반면, 건강이란 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플라톤이 이런 설명 방식을 우주론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기백
정암학당 학당장 역임
정암학당 이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