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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왜 우리들만 탓하시나요?)

중기의 재미있는 구강 세균 이야기(6)


연재순서
1회 구강 세균의 유래
2회 구강 세균 명명법
3회  세균들아 입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니?
4회  치아우식증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5회  치주질환 관련 세균들의 이야기
6회  유익균과 유해균 그리고 균주의 다양성
7회  구강세균과 전신질환과의 관계
8회  잘 있고 있는 듯 하지만 잘 모르는 구강위생용품 사용법
9회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은 어떤 일들을 하나요? 
10회  에필로그

 

구강위생용품 개발이나 타액 내 세균 검출서비스를 준비 중인 연구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어떤 세균 종이 유익균이고 유해균인가요?”입니다. 제 입안에서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이 듣고 있는데, ‘누가 좋은 애이고 누가 나쁜 애인지’를 말하기가 무척 난감하였습니다. 지금부터 그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글로 쓰니까 세균들이 듣지는 못하겠죠^^).

유익균과 유해균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구별될 수 있습니다. 즉,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이 유해균이고, 그렇지 않으면서 유해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세균을 유익균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구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세균 감염성 질환이 바로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입니다. 지난 호들에서 말씀드렸듯이 치아우식증과 치주질환에 관련된 세균 종은 차이가 있습니다. 치아우식증 측면에서 유해균은 당질 대사를 통해 치아 법랑질을 탈회시키는 유기산을 만들어내는 Streptococcus mutans와 같은 세균들입니다(그림 1). 그래서 치면세균막 내 유기산 증가에 의한 수소이온농도지수(pH)를 높일 수 있는 암모니아(NH3)를 생산하는 세균 종이 치아우식증 측면에서는 유익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균 종들이 바로 치주질환의 주요 원인균인 Porphyromoans gingivalis(Pg)와 같은 그람음성 혐기성 세균들입니다(그림 2). 이제 제가 왜 유익균과 유해균의 구별에 난감해하는지 아실 겁니다.

특정 세균 종은 치아우식증 또는 치주질환에 따라 유해균도 될 수 있고, 유익균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균들은 사람의 구강이라는 마을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왜 구강질환이 발생할까요? 맞습니다. 세균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치면세균막 내 환경이 변화되고, 그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은 세균들에 의해 특정 구강질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숙주인 사람의 구강위생관리나 면역력에 의해서도 구강질환 발생 여부가 결정됩니다. 즉, 올바른 잇솔질과 적절한 구강위생용품 사용으로 구강 내 세균 수를 일정하게 유지 시켜 준다면, 구강 세균 종들도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여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구강 환경을 파괴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세균들은 구강질환 발생이 자신들만의 탓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구강 세균 종들의 균주들이 얼마나 다양한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호에서 Pg는 닌자(Ninja)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Pg에 의한 구강조직 세포들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량은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 모든 Pg 균주들이 다 그럴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균주에 따라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 유도능의 차이가 있고, 유독 다른 균주들보다 많은 발현을 유도하는 독특한 균주도 있습니다.
 

 

 

 


그림 2는 4개의 Pg 균주들의 lipopolysaccharide(LPS)에 의한 사람 치은 섬유모세포에서의 interleukin-8(IL-8)의 발현량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낮은 농도(0.1μg/ml)의 LPS를 처리 시에는 대부분의 균주들에 의해 IL-8의 발현량은 LPS를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지만(닌자처럼), KCOM 2804 균주에 의해서는 LPS를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5배의 IL-8 발현량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높은 농도(1.0μg/ml)에서도 KCOM 2804 균주의 경우 다른 균주들에 비해 IL-8의 발현량을 2-5배 이상 증가시켰습니다. 즉, 같은 Pg라도 균주에 따라 염증을 유발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이는 사람과도 같습니다. 사람(Homo sapiens)이라는 종의 공통된 특징은 있지만, 개인(strain) 간의 특성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매우 특이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고, 대화를 할 수 없어서 Pg 균주들 간의 특성을 모를 뿐, Pg도 균주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의 차이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는 균주들의 유전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18년 3월까지 GenBank에 등록된 Pg 58개 균주들의 지놈(genome)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모든 균주들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전체 유전자(6,698개) 중 18%에 불과합니다(그림 3). 나머지 82%는 균주에 따라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Fusobacterium nucleatum(Fn) 10균주를 사람 치은섬유모세포에 감염시켜 발현되는 유전자의 발현 양상을 조사한 결과, 균주에 따라 유전자들의 발현 변화량 차이가 다양함을 보였습니다(그림 4). 이는 같은 세균 종이라도 다양한 병원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제가 왜 어떤 세균 종이 유익균인지 유해균인지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하는지 아셨을 것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구강 세균이 여러 전신질환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중기 교수
조선치대 구강생화학교실 및 한국구강미생물자원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