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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구강보건에서 치과계의 미래를 본다

특별기고 | 대한노년치의학회 커뮤니티케어

정부는 한국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인 커뮤니티 케어를 작년, 2018년부터 강하게 추진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됩니다. 치과계가 공공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커뮤니티케어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연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

1. 백세시대의 치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_커뮤니티 케어 연재를 시작하며
2. 고령화의 오래된 미래, 일본형 커뮤니티 케어인 지역포괄케어 소개
3.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역사와 의의
4. 커뮤니티 케어 사업추진시 지역주민참여의 중요성
5. 커뮤니티케어에서 구강케어의 중요성
6. 부천시 커뮤니티케어에서 구강케어 사업계획
7. 공중구강보건에서 치과계의 미래를 본다_ 커뮤니티케어 촉탁의제도의 의미

 

 

구강과 그 주변부는 신체의 어느 부위보다 면역학적으로 축복받은 부위(immune blessed area)이다. 구강에는 치아(32개), 세균(700여 종류 이상, ml당 5억~10억 마리) 및 침(매일 1 - 1.5 리터 분비)이 있어 잘 씹고 잘 삼킬 수 있는 음식덩어리를 만들며, 또한 구강 주변에는 풍부한 혈액과 임파액 등이 분포하여 수많은 알레르겐 노출에도 불구하고 급성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잘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구강에 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은 오히려 전신면역 측면에서 세심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80년대 초 치과대학에 다닐 때 20세기 치료의학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국소감염이론(focal infection theory)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이 국소감염이론은l 1940년대 항생제 개발과 발달로 폐기되었다. 이후 미국치과의사협회(1951년)의‘치과질환은 치과에서, 의과질환은 의과에서’라는 모토 하에 지금까지 치과의 구강질환과 의과의 전신질환은 별개로 다루어져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저작 불편감과 삼킴 장애를 호소하는 구강기능저하(oral hypofunction) 노인들의 증가와 질환에 대한 활발한 면역학적 연구는 구강질환과 전신질환이 서로 연계(oral-systemic connection)되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불량한 구강위생과 삼킴장애를 보이는 뇌졸중 환자에서 흡인성 폐염의 증가(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 도입 근거), 일본 지바현 역학 조사에서 씹는 데 불편함을 주는 20개 이하의 치아 수와 치매와의 연관성(일본 치협 8020 운동의 근거), 및 치주질환과 조산아, 저체중아, 당뇨병, 심장질환 등 일부 전신질환과 높은 상관 관계 등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 지면을 빌어 필자가 치(齒)의 문자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고자 한다. 이것이 왜 치과의사들이 지역사회 공중구강보건 사업과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치(齒)를 문자적으로 풀이하면 아(牙)를 포함한 구강악안면(口腔顎顔面) 부위를 의미한다(치과에서의 보톡스, 필러 치료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는 치아교정치료나 양악수술 시 얼굴의 성장과 발육을 고려하기 위한 두부 X선 규격 사진 촬영, 완전 의치 장착이 환자의 턱얼굴 기능과 형태에 미치는 영향, 면역기능이 감소된 환자에서 구강 감염이 두경부 감염으로의 빠른 이행 등을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영유아기의 젖병 수유와 알레르기 행진 및 이로 인한 구호흡과 부정교합 발생, 흡연-음주 및 비만에 따른 구강코골이-폐쇄성 수면무호흡 및 이로 인한 얕은 수면(1,2단계)과 이갈이 발생(약 10%) 등은 치과질환이 구강악안면 기능(저작, 호흡, 발음, 섭식-연하 등) 관련 생활습관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전신질환인지를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그 동안 전체 치과의사의 90%를 차지하는 개원 치과의사의 치과치료가 대부분 아(牙) 치료(odontology model, dentist )에 머물다 보니 국민들에게 구강악안면 기능과 관련된 치료나 전신질환의 예방에 기여하는 의사(stomatology model, stomatologist)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런데,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구강질환과 전신질환의 연계 치료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을 보니 21세기 치료 치의학의 입장에서 볼 때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각설하고, 우리나라보다 15년 정도 빨리 고령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당뇨병-치과 협진 클리닉의 개설되고, 의존성 노인 환자의 삼킴 장애 치료에 치과의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볼 때, 2년 후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들은 나타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현재 잘 하고 있는 치과진료영역은 더욱 발전시키고, 커뮤니티케어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진료 항목들도 개발하고, 여타 의료 직역들과 진료 협업은 물론 구강전담부서 폐지 이후로 거의 유명무실해진 공중구강보건(노인요양시설 치과촉탁의 활성화 포함)을 재건해야 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치과의사들의 진료 영역이 구강악안면이라는 것과 국민들 마음 속에 자기 집단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처럼 비쳐진 왜곡된 치과의사 이미지를 제고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싶다. “성공적이면서 지속적인 커뮤니티케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방문 진료 항목 선정과 그에 따른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어야 함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성근 치협 치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