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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새는 바가지

임철중 칼럼

치과의사 인생 반 백 년에 해외 학술모임에 꽤 나갔지만, 모두 교정학 일변도요, 일반 개원의의 국제대회는 경제적·시간적인 낭비라고 생각해왔다.  김철수 협회장과 후배 김명수 전 의장의 권유로 FDI 샌프란시스코 총회에 게스트로 다녀와서, 그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은 얘기는 뒤로 미룬다. 다만 20년 만에 미국치과의사협회(ADA)와 공동 개최한 이번 총회가 소문만큼 알차고 풍성한 느낌이었다는 점만 밝혀둔다.

 

일정이 끝난 뒤, 워싱턴에 계신 형님(서울의대 53학번, 정형외과 은퇴) 내외분을 뵈었다. 중국집에서 식사 도중에 치과진료 얘기가 나왔는데, 형은 방문 첫날 보철(임플란트 4본)을 덜컥(?) 약정하고 왔다고 비난조요, 형수는 전문의의 권유를 거절할 수 있느냐며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 주차장 모퉁이 벽돌집 2층에 붙어있던, 미국에서는 낯선 ‘UD 치과’ 간판이 기억난다. “결정은 신중해야지.”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렸지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이제 헌재 판결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사무장·네트워크 치과 문제는 협회와 회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입혔던가?

 

성공의 뒤안길에는 늘 그늘이 있고, 햇살이 강렬할수록 그림자도 짙다. 세계가 놀란 폭발적인 경제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국민들의 박탈감에 적절한 대책이 미흡했던 우리는, 두고두고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민소득 $1만 이전에는 사실상 진보·보수를 따질 겨를도 여유도 없었다. YS를 과도기로 치더라도, 먹고살 만하게 된 지난 20여 년 간 진보·보수의 집권기간이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떠넘기기에 능숙한 쪽이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버섯은 그늘에서 자라기에, 그중에는 독버섯도 많다. 지난 20년 남짓 치과 의료기자재의 눈부신 성장은, 치과인의 학술적·임상적 성취와 함께, 세계 치과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추세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편승하여, 치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부 회원들이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일본·미국의 10% 정도에 비하여, 대한민국 임플란트 시술 비율이 40%에 달한다는 비공식 소문(?)도 불신에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비대해진 네트워크의 조직운영을 위한, 화전민(火田民) 식 갈아엎기 과잉진료와 옥석(玉石) 구분이 쉽지 않은 탓이다.


구강보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여 주기적으로 치과의원을 찾도록 하는 ‘동기부여’는 하나의 건전한‘설득’이요, 설득의 핵심은‘팩트’가 아니라‘신뢰’임을 우리는 잘 안다.‘안팎으로 새는 바가지’즉 독버섯들이 실추시킨 치과계의‘신뢰 회복’이야말로,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미래를 위한 초미의 과제요, 그 길이 바로‘윤리(倫理) 운동’임을 믿는다.

 

자고로 명심보감을 비롯한 도덕 교과서가 많지만, 군신관계에서 비롯한 동양식 윤리는 때로는 뜬구름처럼 공허하고, 명예와 자긍심에 호소하는 금과옥조는 현실을 떠난 겉치레로 끝나기 쉽다. 전통적으로 시험감독이 없다는 미 공군사관학교(Colorado Springs)에 들러 ‘명예선서’를 읽어본 적이 있다(칼럼 명예선서, 1996). “We don’t lie, cheat or steal.” 고답적이고 난해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여섯 살 아이도 알아들을 쉬운 말 아닌가. 영(靈)적인 감동은 단순함에서 온다더니…


그래서 남의 탓에 앞서 물새는 바가지를 막는 방법 하나를 제안한다. 지하철과 승강기벽에 붙은 전단지에서, “교정 진료 00원, 임플란트 00원”하는 “가격표를 떼자!” 한 가게의 사과도 종자와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른데, 진료의 난이도와 완성도가 천차만별인 인체의 진료수가 획일화 광고는 신뢰상실의 첫걸음이 아닐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