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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시론

2019년 2월에 개봉한 ‘증인’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6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극한직업’에 밀려 누적 관객 수가 250만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변호사역을 맡았던 정우성은 백상 예술대상을 받았고 청룡영화상에서는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은 영화이고 자폐아 역을 맡은 김향기 연기 또한 수준급이다.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이 주된 내용이지만 사람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듬뿍 배어있고 특히 자폐아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을 보게 하는 여운이 남는 영화 중의 하나이다. 영화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양순호’(정우성)는 과거 민변에서 오래 활동했으나 세상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 세상의 벽을 느끼고 좌절하며 사람들이 그리 선량하지만도 않다는 것, 바꾸려고 애를 쓰고 뛰어다녀봤자 실은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돈을 벌고 성공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진 상태에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을 맡게 된다. 집주인인 노인이 사망한 사건에서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은 가정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사로,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지우는 중학생이지만 5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고 자폐증이 있지만 일반인보다는 청력이 좋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순식간에 여러 개의 숫자를 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자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된다.


지우와 소통하는데 어려워 도움을 청하는 순호에게 검사인 김회중(이규형)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과 대화하려면 함께 천천히 걸어야 한다며 자폐아는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니 지우와 소통하려면 본인이 그 안으로 들어가라’라는 조언을 해주자 그제야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순호는 지우와 친해지면서 재판정에 나오도록 설득하고 지우 또한 용기를 내어 증인으로 나오게 된다. 사실 순호가 원하는 것은 지우가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어 노인은 자살했고 가정부는 무죄로 결론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우가 의외로 살인 용의자인 가정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게 되자 지우는 정상인이 아니며 자폐아로 증언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주장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무죄로 여겼던 가정부의 진술이 이상하다고 느낀 순호는 도리어 변호사가 범인이 가정부임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 범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2차 공판에서 지우의 증언이 필요하게 된다. 지우를 이용하려 한 순호에게 엄마는 이제는 지우가 상처받지 않도록 증인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우는 “엄마 나는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읽지? 그렇지만 나는 아마 변호사는 되질 못할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증인이 되고 싶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주고 싶어.”하며 다시 재판정에서 증언하게 된다. 지우의 뛰어난 청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고 당시 창문에서 들은 가정부의 혼잣말을 모두 기억하고 본 것을 증언하면서 순호의 논증으로 가정부는 사건 전말을 자백하게 된다.
순호는 사건을 승소하고 성공이 눈앞에 다가오던 시점에 정의 실현을 위해 본인의 속물근성을 버리고 변호사직을 포기하고 자신의 편견을 시인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달라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영화 마지막에 순호는 증인이었던 지우에게 ‘지우야 잘했어, 넌 누구보다도 훌륭한 증인이 돼줬어’라고 말한다.


자폐아로서 겪는 삶의 불편함,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과 그들이 가진 또 다른 능력을 우린 잘 모르고 있다. 지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며 “친구 신혜는 웃는 데 나를 이용하고, 엄마는 화난 표정을 하는데 나를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우는 순호에게 “아저씨는 나를 보며 웃는데, 아저씨도 나를 이용하려는 겁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렇게 직설적으로 질문하며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영화 속에서 지우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이 나에게 하는 것 같아 멈칫했다. 질문은 쉬운 데 대답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송년회나 망년회라는 이름으로 정들었던 한 해를 떠나보내고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한 해와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시간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나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런 물음부터 사랑, 믿음, 진실, 편견 앞에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자문하게 된다. 여러분도 새해에 계획한 많은 일을 이루고 가정과 일터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되길 그리고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길 기원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