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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신뢰, Scientific process와 Psychological process

스펙트럼

교수로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면 여러가지 회의에 참석할 일이 많습니다. 회의가 아니어도 전화나 메일로 의견을 구하고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할 일도 많습니다.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의 속성 상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추론에 근거하여 결론을 내리는 일도 많이 하지만 어떤 일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다양한 의견을 확인하고 차이를 좁히는 작업도 많습니다. 단순히 비과학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공계의 연구와 같이 칼로 재단하듯이 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혼자서 전자의 작업을 Scientific process라고 하고 후자를 Psychological process라고 부릅니다. 임상의로 근무하시는 많은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업무를 위와 같이 2개로 나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진료는 Scientific 하지만 환자와 면담하는 과정은 Psychological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도 회계나 정해진 지침 하에서 제작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은 Scientific 하지만 상사나 부하직원 및 거래처와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회의는 Psychological 합니다.

 

대체로 Scientific process가 스트레스가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연구도 단독연구가 편하지만, 공동연구에서는 여러 참여자의 의견을 조율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진료는 오히려 쉬울 수 있는데 환자를 manage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십니다. 그렇다고 Psychological process가 스트레스가 더 많고 힘들지만 기피하거나 폄하되어야 할 대상은 아닙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분야를 생각하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Psychological process도 긍정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반면에 부정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 대다수가 잘 받아들이는 원칙이라는 것이 확립이 되어있으면, 그 원칙하에 회의나 의견조율이 생산적이고 빠르게 이뤄집니다. 문제는 원칙이라는 것이 확립돼 있지 않거나 원칙이 있어도 허울로 존재하는 경우 Psychological process가 매우 피곤한 과정이 되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치료계획을 통보할 때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면 되지만, 진료 중 분쟁이 강하게 우려되는 환자라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적극적인 최선의 진료보다 방어적인 진료로 임하게 됩니다. 회의에서도 발언을 하고 의견을 받아들일 때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숨겨진 의도가 많다고 느껴지면 부정적인 Psychological process가 되어버립니다. 어떻게 보면 신뢰와 원칙이라는 것이 부재하기에 이 경우 생산적인 과정으로 가기 어렵거나 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나 사회가 선진적일수록 신뢰와 원칙이 잘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뢰와 원칙이 잘 자리잡은 경우 Psychological process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Scientific process처럼 덜 피곤하고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그런 점에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가치관의 변화와 새로운 윤리적 개념으로 충돌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저는 이러한 현재의 역사가 신뢰와 원칙을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자리잡고 원칙이 바로 세워지고 Psychological process들이 더 긍정적으로 되는 사회가 되어 가길 바랍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