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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야간 진료 선택일까 필수일까

야간 진료 16년 차 치과의사에게 물어보니?
과잉 경쟁 인한 심리적 압박 요인 커 진료
구환 배려 차원…신환 방문 적어 경영도움 안돼

 

개원을 준비 중인 치과의사도, 이미 개원 중인 치과의사도 병원 ‘운영’은 떼어내기 힘든 고민거리일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 운영은 진료라는 의사 본연의 책무를 넘어 경영적인 측면과 다소 맞닿아 있기에 많은 치과의사에게 난제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간 진료’는 ‘선택일 뿐이다’ 혹은 ‘필수적이다’는 두 입장이 다소 상반된 양상으로 흘러왔다.


이에 기자는 야간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여러 치과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또 16년째 야간 진료를 펼쳐 왔다는 차순황 원장(스마트백평치과의원)을 심층 인터뷰해 허실을 짚어 봤다.


# 심리적 압박 요인이 가장 커
“처음 야간 진료를 고심한 건 맞은편 건물에 치과가 들어선 뒤였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A 치과의원 원장은 당초 야간 진료에 대한 고심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야간 진료란 운영이 힘든 치과가 주로 하는 자구책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맞은편 건물에 치과가 들어서며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 결국 A 원장은 주 1회 야간 진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야간 진료는 병원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신환이 늘어날지 모른다는 기대와 달리, 대부분 낮 시간대에 찾아오던 구환이 야간으로 진료 시간을 미뤄 피로감만 더했다. 치과의사로서 자존감도 하락했다.


A 원장은 “의사로서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두고 환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됐다. 지금도 야간 진료를 하지만 구환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예약된 진료만 한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강남구의 또 다른 치과에서도 벌어졌다. 7년째 주 2회 야간 진료를 해 왔다는 B 원장은 병원 운영과 관계없이 두려움 때문에 야간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B 원장은 “좋아서 야간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치과가 오피스 단지에 있다 보니, 밤에 불을 켜 두면 퇴근하는 직장인에게 조금이라도 눈에 띄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홍보 차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B 원장은 “신환은 거의 찾아오지 않고, 구환이 찾아와도 하루 서너 명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야간 진료는 구환을 위한 공헌
“겨우 스텝을 구인해도 야간 진료를 해야 한다면 근무하지 않으려 합니다.”


차순황 원장(스마트백평치과의원)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야간 진료를 펼쳤다. 주말에도 토요일 오후 4시까지 환자를 돌봤다. 지금도 차 원장은 주 2회 야간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야간 진료의 효과가 생각처럼 병원 운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구인난이 매번 골치를 썩였다.


차 원장은 “스텝 면접을 볼 때 야간 진료를 한다고 밝히면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껏 스텝을 뽑아도 오래지 않아 퇴직 의사를 밝히곤 했다”고 전했다.


건강상의 문제도 생겼다. 차 원장은 야간 진료를 하는 동안 잦은 야식과 스트레스로 인해 체중이 급격히 증가한 경험도 있었다.


환자와 갈등을 빚은 경험도 있었다. 차 원장은 “밤은 환자의 면역이나 신진대사가 다소 떨어지는 시간대이기에 치료 효과도 낮다. 야간에 치석 제거를 받은 환자가 출혈이 잘 멎지 않아 노파심에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그 책임을 치과로 돌린 경우도 있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차 원장은 “야간 진료는 기본적으로 구환을 위한 공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신환은 거의 찾아오지 않고, 찾아오더라도 분쟁의 소지가 많은 것 같다. 야간에 급하게 찾아오는 환자들은 치과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를 미루고 미루다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 탓”이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또 “물론 야간 진료가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 매일 운영하겠다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야간 진료를 고려하는 치과의사가 있다면 여러 가지 측면으로 고심한 뒤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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