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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원격의료 환자유인 악용 수단 전락 불 보듯

병원 홍보·마케팅 수단 변질, 치과계 갈등 증폭
모바일 앱 대부분 조잡한 수준으로 신뢰성 의심
의료분쟁 시 기술·제도적 한계 명확 도입 ‘안될말’
민간 자본과 결합 의료영리화 첨병우려 시각 대두
(하) 원격의료 위협 치과는 안전지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틈타 원격의료가 치과계에서도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본지는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는 국내외 치과 관련 원격의료의 형태와 시사점을 분석하는 한편 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특집 기획시리즈를 상, 하 2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가면을 쓴 채 재등장했다.


일단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반대 움직임이 거센 상황이지만 치과계에서도 원격의료 시행 자체가 상징하는 부정적 함의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언택트’가 ‘새로운 기준’(New Normal)으로 대체되는 가운데 이를 축으로 치과 원격의료를 공적인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시도들에 대해서는 보다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온라인 구강교육’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온라인 초등학생 구강위생관리 서비스’를 본격 제공한다고 지난 9월 14일 발표했다. 코로나19로 학교의 구강검진 및 교육이 어려워짐에 따라 ‘치과 방문 없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비대면 구강관리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취지였다.


학생들이 집에서 착색제로 가글 후 치과주치의 애플리케이션에 치아사진을 등록하면,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맞춤형 구강보건교육을 제공한다는 해당 서비스는 사실상 원격의료 아니냐는 치과계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더해 해당 사업에서 채택한 가글이 허가 외 용도로 사용된 정황이 치협의 질의를 통해 확인되면서 졸속 시행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의료분쟁 책임소재도 불분명 ‘한계’
일단 치과 원격의료를 국내에 도입하는 건 여러 여건 상 부적절하다는 게 치과의료 현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기술적 한계는 물론 국내 의료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제도적 기반 역시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오진 위험이 상존한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다. 원격 구강 진단의 경우 개별 환자가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방식으로 시행하는데, 광원에서 나오는 빛의 강도, 조도,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진단 시 ‘모든 환자를 동일 환경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진단의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행 치과 원격의료의 한계로 꼽힌다.


누가 판단하더라도 동의할 수 있는 진단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원격을 통한 진단이 치과마다 다를 경우 개원의들 간의 분쟁을 가중시킬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진균 치협 국제이사는 “가령 원격 진료로 우식 치아 1개를 진단했고, 일반 치과의원에서 3개로 진단 내렸다면 발견하지 못한 우식 치아에 대한 책임이 원격 프로그램, 프로그램 회사, 원격 진료한 치과의사 중 누구에게 있는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의료인이 법적 분쟁에 쉽게 휘말리기 마련이고, 진단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해 법적 책임을 의료인이 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격의료의 경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치과 원격의료 도입은 향후 치과 간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선 개원가에서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치협 “원격의료 원천적 차단” 입장
현 시점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치과 개원가의 불안감, 거부감은 확고하다. 원격의료가 공적인 영역, 즉 정부 또는 지자체의 정책과 결합해 본격화 될 수 있으며, 민간기업의 자본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를 결합시켜 결국 의료영리화의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


또 상업적 목적으로 앱을 깔게 하고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치과에 가지 않아도 된다’, ‘치과의 특정 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식의 오남용 사례가 등장, 결국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윤리 측면에서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앱을 통한 환자 유인 및 홍보에 악용돼 치과의사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해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치과계의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 치협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김용식 치협 치무이사는 “앱으로 구강상태를 진찰하는 의료행위는 진료현장에서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오진 소지가 다분히 있으며, 조잡한 앱의 진찰 결과를 맹신한 환자가 대면 진료 시 치과의사에게 앱 결과를 제시하는 등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접근성 측면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밀도가 높고, 이미 의료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침습적인 치료가 대부분인 현재의 치과에서 원격의료는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김 이사는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한 앱이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 조잡한 수준으로 진정한 원격의료라기 보다는 병원 홍보 마케팅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치과 원격의료는 검진이 대부분인데 검진이 상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마케팅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생긴다. 환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빅 데이터화 할 수 있고 병원에서 상업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치협에서는 원격의료와 관련 협회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는 한편 위법한 원격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라며 “병원의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인 하자가 확인되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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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치과계 원격의료는?
해외 치과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와 소통하는 이른바 ‘텔레덴티스트리’(teledentistry)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및 캐나다 치과협회들의 경우 지난 3월 긴급재난사태에 돌입한 이후 텔레덴티스트리 관련 지침을 새로 발표하거나 강화했고 현재 여러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투명 교정 관련 치과 원격의료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의료기기업체인 얼라인 테크놀로지는 주가가 34.97% 급등해 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화상 회의, 온라인 강의가 늘며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와 휴대폰 카메라에 비친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돼 치아교정이나 성형 수술 시도가 급증한 때문으로 해석되며 ‘줌 효과(Zoom Effect)’라고 불린다.
하지만 성장세에 가려진 치명적인 그림자도 존재한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환자가 직접 자신의 치아를 인상한 후 3D 프린터로 출력, 교정기를 착용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국제 치과계에서 심각하게 우려하던 ‘DIY Treatment’가 이젠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