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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치과기공소로 아메리칸 드림”

차고서 개소 ‘발품 팔이’로 이룬 행복 인생
유튜버도 병행 美 치기공계 소식 국내 전파
인터뷰 - 김진배 미국 치과기공사

 

서울시에서 약 8900㎞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오레건. 만리타향이라는 단어도 무색해질 만큼 먼 곳에서 1인 치과기공소를 운영하는 치과기공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김진배 씨(56)다.


김 씨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미국행을 결심했다. 당초 김 씨는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김 씨의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차례차례 미국으로 이주했고, 김 씨는 치과기공사로 일하며 모은 돈을 가족의 미국 정착을 위해 보탰다. 하지만 홀로 남은 한국은 김 씨에게 정겨운 고향이라기보다 고독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결국 김 씨는 그리운 가족의 품을 쫓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착 초기에 김 씨는 치과기공소를 개소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기도 벅찼다. 그런 김 씨가 1인 치과기공소를 개소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한인 교회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은 치과기공사 덕분이었다. 그로부터 미국은 일부 주(州)를 제외하고 치과기공소 개소에 특별한 자격이나 신고, 허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것이다. 전문학교가 설립돼 있기는 하지만 필수 요건도 아니었다. 이에 김 씨는 차고에서 1인 치과기공소를 개소키로 결심했다.


하지만 역경은 수시로 찾아오는 법. 미국 치과기공계는 작게는 수백 명, 크게는 수천 명의 직원이 일하는 공장식 대형 치과기공소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매일 정장을 차려 입고 지역 치과를 순회하며 ‘맨땅에 헤딩’하듯 영업을 펼쳤고, 다행히 거래 치과가 조금씩 늘어나며 생활도 점차 나아질 수 있었다.


김 씨는 “영업을 위해 치과를 찾아갔지만 치과 문을 두드리는 것이 두려워 그냥 돌아온 적도 많았다. 사실 한국에서는 사람이 너무 내성적이고 순해서 사람들이 ‘순한’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며 힘겨웠던 정착 생활을 회상했다.


얼마 전부터 김 씨는 방송 스트리머로 변신해 미국의 치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김 씨는 “한국은 자연스러운 치아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흡사 틀니처럼 ‘새것’같은 치아를 선호한다”며 “이처럼 심미적 기준이 다르다 보니, 초창기에는 리메이크도 잦았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내 소규모 기공소의 평균 기공료는 크라운 1개당 50~100불 사이”라며 “큰돈은 아니지만 생활에는 어떤 지장도 없다. 지금 미국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최신 유행 게임 방송과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등 스트리머로서 그야말로 ‘신바람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2녀 1남을 슬하에 둔 행복한 가장이기도 하다.


김 씨는 “미국 생활이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성실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