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과학고 출신 의대 진학 싸늘한 시선…치과계는?

청와대 국민 청원 과학고생 의대진학 제재 요구 확산
“치의학도 과학의 범주, 진학 제한 없애야” 반론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과학고 출신 의대생에게 “과학고를 의대 진학용 발판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과학고 졸업생의 의학계열 대학 진학에 제재를 가하라는 글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회에서도 과학고 학사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지난 1월 6일 방송된 tvN ‘유퀴즈온더블럭’에서 경기과학고 졸업생이 의대 6곳에 합격한 이력을 소개하면서 촉발됐다.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과학고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한 것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었다. 급기야 방송 제작진이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의 뭇매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재도 과학고와 영재학교에서는 의학계열 진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모집 요강을 통해 의학계열 진로 희망자는 지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의학계열에 진학할 경우 수상실적 무효, 추천서 금지, 임시 상담 배제 등 지원이 거부됨과 동시에 장학금·교육비를 환수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이 확인되면 아예 졸업을 유예시키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 우수 인재 유입 막지 말아야
해당 논란을 바라보는 치과계 시선은 어떨까. 대학 측은 치대나 의대를 소위 ‘직업 학교’로 여기는 세간의 분위기에 대해 아쉬운 입장이다.


한 치과대학 A 교수는 “단순히 실험실에서 틀어박혀 연구만 하거나, 논문을 많이 쓰는 사람만을 과학자라고 여기는 분위기는 다소 아쉽다”며 “치의학도 인체 또는 생명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과학의 큰 범주에 속하고, 특히 요즘 같은 융합 학문 시대에는 임상가도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갖출 것이 요구되는 만큼 과학의 범주를 정의 내리는 데 있어서 좀 더 넓은 시각을 견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기초의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에 과학고생의 의학계열 진학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학고 출신이라고 밝힌 한 치과대학 B 교수는 “치대나 의대로 진학한 과학고 동기들 근황을 보면 나를 포함 5명 중 3명이 학계에 남아 연구를 하는 등 의과학자로 남아있다”며 “과학고생 본래 성향상 치대나 의대로 오더라도 연구 분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높은 만큼 인재들을 연구 분야로 유인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인 제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학고 출신의 한 치과개원의는 “고등학교 3년간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진로가 바뀔 수 있음에도 중학교 3학년 시절 선택한 진로를 강제하는 제도 자체가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뿐더러 비합리적”이라며 “또 치대나 의대 진학이 영리 추구만을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 “머리보다 가슴 따뜻해야”
반면 치과계 내부에서도 과학고생의 의학계열 진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우수 인재가 의료계로 온다면 당장이야 좋겠지만,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의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과계 한 원로 교수는 “과학고생이 기초의학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한 탁상공론이다. 과거 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도 연구 분야로 진로를 택한 학생은 찾아보기 드물었다”며 “의료계에는 머리보다는 가슴이 따뜻한 학생이 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원로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심 산업이 공학 계열에서 기인한 만큼 처음 과학고를 만든 목적대로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치대에는 굳이 과학고생이 아니어도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