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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체 ‘함께아시아’가 보여준 휴머니즘

스펙트럼

제가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식품영양학과 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치의신보에 글을 쓰게된 이유는, 지난 몇 달간 ‘함께아시아’라는 치과진료 봉사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며 직접 보고 느낀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의 현실을 미숙한 글솜씨로나마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봉사’라는 가치를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저의 글로 인해 누군가가 봉사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보다 보람찬게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최예슬입니다. 치전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자 치과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던 중, 1365라는 봉사활동 사이트에서 함께아시아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께서는 함께아시아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함께아시아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을 위해 무료로 치과진료를 제공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2010년에 화계사라는 국제선원에서 장소를 빌리며 시작되어 지금은 종로에 자리를 잡고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활동이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고, 필드에 있으신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망설임없이 봉사활동을 신청하였습니다.


함께아시아에서 저는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험을 통해 치과 진료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식적인 부분을 넘어서, ‘봉사’라는 가치가 어떤 영향력을 갖는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함께아시아는 원장님과 치과위생사 선생님,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함께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을 합니다. 이 곳에는 3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16~17분 정도의 환자를 진료해야하는 만큼 일손이 빠듯하기 때문에 기구 용어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했고, 심지어는 가까이서 진료를 도와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진료 현장을 볼 수 있다는 것과 기구의 이용을 숙지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 봉사활동에 기대했던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봉사를 시작하고 3주 정도 지났을 즈음 제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 환자분께서 수주간의 치료 끝에 틀니를 맞추시고 진료소를 한동안 떠나게 되었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가져오신 과일을 나눠주시며 원장님들과 치과위생사 선생님, 그리고 제게도 함박미소와 함께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 활짝 웃을 때 보이는 그 치아가 없었더라면, 그 환자분이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었을까요. 그제서야 이 곳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표현일수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사람답게 웃을 수 있는 치아를 선물하고 있다는 것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날 토마토 한팩과 참외 두 개를 들고 집으로 가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분의 환한 미소와 감사의 인사로 주신 토마토와 참외는 오히려 제게 책임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봉사활동을 나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봉사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함께아시아 진료소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 혹은 난민이십니다. 사회적으로 의료 시스템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환자분들은 치과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여 구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치료 비용이 부담스러워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불법 치료를 받아 상황이 악화된 분도 보았습니다. 이분들께 치과 치료는 권장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보살펴지지 못하였습니다. 함께아시아는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누구나처럼 활짝 웃을 수 있게, 그리고 아프지 않게 살아갈 권리를 찾아주고 있습니다. 제가 그 일원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저로서도 영광이라고 느껴집니다.


안타까운 것은, 의료진들은 매주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서울시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서 함께아시아 활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시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시고 있지만, 여전히 환자분을 볼 수 있는 체어와 일손이 부족합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사회적으로 살핌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아시고, 함께아시아와 같은 활동에 동참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발적으로 모여 휴머니즘을 실천해 나간다면 더 많은 분들이 누구나처럼,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아시아는 제게 치과의사가 어떤일을 하는지를 보여주기 전에, 어떤 치과의사가 되어야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람다움’을 강조하는 휴머니즘을 실천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도 선명해졌습니다. 아직 발걸음조차 떼지 않은 신입생일 뿐이지만, 제가 지식을 배우는 이유가 명확하기에 곧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차근차근 배워나갈 것에 신이 납니다.


함께아시아에서의 경험은 제가 어떤 치과의사로 성장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보고 배운 ‘휴머니즘’과 ‘봉사’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치과의사로 거듭나서, 다시 이곳에 글을 남기는 미래를 꿈꿔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