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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장거리 라이딩 - 새로운 출발> (중)

Relay Essay 제2478번째

#장거리 라이딩 - 고립감 속의 자유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보면 밤을 맞이하게 되는데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둠 속에서 달리다 보면 이런 저런 상념들이 자연스럽게 스며온다.


장거리 라이딩이 주는 압박감 - 거기서 느끼는 고립감.
라이더는 그 고립과 단절을 온전히 페달링만으로 극복해내야 한다. 완주를 위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회전운동속에서 극한의 육체적 고통이 밀려오면 어느새 내면에 안고 있던 고립감이 객관화되면서 상처받고 힘들었던 마음이 서서히 치유가 된다. (마라톤이나 무박 산행시 극심한 육체적 고통속에서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가 되는 것과 같은) 고통 앞에서 자신을 철저히 개방했을 때 길은 비로소 자신의 속살을 내어주며 나의 속살을 부드럽게 힐링시켜 준다! 묵묵히 핸들을 붙잡고 오로지 페달을 계속 밟는 고독한 작업 - 장거리 라이딩 (이하 랜도너링이라 하겠음)~.

 

똑같은 일의 끝없는 되풀이. 랜도너링엔 오르막이 있고 평지가 있고 내리막이 있고 순풍과 역풍이 있다. 워낙 초장거리이기에 주어진 조건 속에서 효과적으로 나를 연소시켜야만 완주할 수 있다. 오버페이스는 금물,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근육과 산소게임을 하면서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끝까지 유지해야만 한다. 적근(유산소-RPM)과 백근(무산소-torque, watt) 사이의 적절한 긴장이 중요하다. 특히나 장거리 라이딩 시에는 더더욱 힘과 속도의 분배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먼저 지치면 안 되기에.


라이딩이 끝나고 돌이켜볼 때 마음속에 가장 크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단축된 완주시간이나 동료와의 경쟁이 아니다. 라이딩 도중 얼마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완주했는가, 얼마만큼 내 자신에게 충실했는가이다. 고통속에서 자기 자신과 얼마나 즐겼는가이다!

 

언제가 제일 힘들었냐는 어느 인터뷰 질문에 “매일 아침연습을 위해 문 앞을 나서면서 운동화끈 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어느 마라톤 우승자의 말처럼 - 랠리 마지막 피니쉬 선상에서 완주의 충족감을 얻으려면 결국은 매일매일 성실하게 출퇴근하는 것이 쌓여야만 가능하다. 다만 성실하기만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성실함 속에서 효과적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장거리 라이더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조절되지 않은 라이딩이다. 결을 효과적으로 따르지 못하면 Crown Prep이 실패하는 것처럼. 조절되지 않은 코너링, 조절되지 않은 속도, 조절되지 않은 페달링, 조절되지 않은 수면, 조절되지 않은 거리. 연습되지 않은 장거리는 위험하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커브와 속도와 페달링을 찾아야만 한다. 장거리시엔 특히나 더 그렇다. 조절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 해도 장거리가 되어 쌓이면 걷잡을 수 없게 되므로... 깃털처럼 가벼운 눈도 폭설이 되어 쌓이면 거목을 부러뜨리니까 말이다~

 

#출근 그리고 퇴근
큰 고개 하나와 작은 고개 두개 - 출근길에 마주하는 새로운 나의 언덕들. 큰 고개 이름은 태재고개인데 성남분당과 광주오포 사이를 잇는 고개다. 출퇴근시간엔 차들이 여기로 다 모이는 바람에 병목이 심한 곳인데 자도(자전거도로) 출퇴근은 병목도 없을 뿐 아니라 당연히 교통체증으로 막히는 일도 없다. 신호대기하며 일렬로 서 있는 차들을 뒤로 하고 내리막 자도를 미끄러지듯 달리노라면 아직도 PBP(자전거로 Paris-Brest-Paris 1200km를 90시간 내에 달리는 장거리 자전거대회, 이 대회는 4년에 한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데 1891년 최초로 시작됨)를 달리던 그 여름날 프랑스의 무한히 반복되는 평야 속 밀밭 - 황금 들녘이 떠오른다. 그 여름 프랑스는 낮엔 노랗게 익은 밀밭이 사람의 흔적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밤엔 훅 불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이 흩뿌려놓은 별사탕처럼 하늘에 수도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프랑스 밤하늘을 직접 보고서 알퐁스 도데의 소설 제목이 왜 ‘별‘이여야만 하는지 알 것 같았다. - 그만큼 별이 하늘에 흩뿌려져 있었다.)

 

새 출근길은 아직 낯설어 페달을 맥스로 밟기엔 불안하다. 그래도 출근길 주위가 높지 않은 야산들이고 구간 구간 강변 뚝방길도 있어서 나름 경치가 다이나믹하다. 6월~ 여름의 들머리. 이맘때쯤 산은 비릿하고 매케한 향기로 흠뻑 젖는다. 얇고 투명했던 연초록 참나무 잎이 녹색으로 단단해지는 6월. 이렇게 좋은 계절에 밤꽃향기 흠뻑 맡으며 산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그 무엇도 부럽지가 않다. 특히 6월은 280랠리가 열리는 달인데 6월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밤에도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날씨이다.

 

저 산 너머엔 뭐가 있을까~
원장실안 의자에 앉아서 잠시 졸았나? 눈을 떠보니 어느새 9시! 직원들이 다 퇴근한 진료실은 아득하게 조용하고 창밖은 초여름 푸른색을 머금은 어둠으로 얕게 깔려져 있다. ‘아차 늦었군. 퇴근해야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나선 퇴근길에 초생달이 밝다. 늦은 퇴근길에 하늘을 올려다 보며 숨을 한번 크게 쉬어본다. 적당한 온도에 적당한 습도~ 어둠에 깃댄 기분 탓일까 낮엔 탁하고 무더웠는데 소나기가 내려서인지 맑아진 밤공기에 숨쉬기가 한결 편하다. 오늘은 읍내 불빛들을 뒤로하고 경안천 뚝방길 갈림길에서 산쪽으로 향해본다. 방향을 틀자 갑자기 어두워진다. 도시와 도시사이에 자리하는 어둠속으로 샤브작샤브작 들어간다. 검은 산길 옆으로는 도시를 피해 외곽으로 자리한 소공장 불빛들이 듬성듬성 빛나고 있다. 어두운 산길, 해가 지고 나니 시멘트로 거칠게 결이 나 있는 오르막 길 페달링이 만만치가 않다. 오랜만에 가파른 경사의 세멘트 업힐을 오르다 보니 이마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땀! 순수 그 자체의 방~울. 땀은 항상 거짓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