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다윗의 리더십

시론

등용문. 전설에 의하면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협곡이 있는데, 이곳의 물살은 매우 거세서 크고 힘센 물고기라도 어지간해서는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험난한 물살을 거슬러서 협곡에 오른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보들이 역대급 비호감이라 평가받는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성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별로 없어서일 게다.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도나텔로나 베르니니의 작품도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다윗)상은 고대 이후로 제작된 조각상들 중 인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받침대까지 더하면 높이가 8미터에 6톤짜리 초대형 대리석 조각품이다. 골리앗과 맞서기 직전에 한 손에 돌팔매를 쥐고 적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눈매가 매섭다.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상을 완성하고, 무게가 너무 나가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외벽에 올려놓으려 했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였다.  


팔레스타인의 장수 골리앗은 이웃한 이스라엘을 호시탐탐 노리고 침략해 왔다. 그 때마다 그는 일대일로 자신과 붙어보자며 상대를 조롱하고 시비를 걸어왔으나 이스라엘 장수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 때 다윗은 물맷돌만 가지고 나가서 한 번에 골리앗을 쓰러뜨리고는 그의 칼을 빼앗아 그의 목을 뱄다. 이에 이스라엘 왕 사울은 다윗을 사위로 삼았고, 군대장관으로 임명하여 주변국과 전쟁에서 승승장구해 나갔다. 그럴수록 다윗의 명성은 높아졌고, 전국 각지의 여인들은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이 죽인 자는 만만”이라 노래하며 찬양했다. 질투심에 불탄 왕은 이때부터 다윗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후로 약 10년간 다윗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왕의 추적을 피하여 유랑 생활하며 온갖 고난을 다 겪는다. 위기의 순간에 왕의 아들 요나단은 다윗이 도망치도록 도왔다. 그래서 평생 둘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한편 다윗은 부하들을 아끼는 자비로운 마음과 용기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다윗을 따르다가는 함께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피생활 중에 그를 따르는 부하들의 수가 오히려 400명에서 60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훗날 다윗은 왕이 되었을 때 동고동락한 부하들을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였다. 도피 생활 중에 두 번, 다윗은 사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살려 주었다. 결국, 사울이 요나단을 비롯한 모든 아들들과 함께 팔레스타인과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다윗의 도피생활이 끝이 났다. 왕이 죽고 혼란해진 나라를 다윗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바로잡아 갔고, 주변국들의 침입을 물리치며, 7년여를 고생한 끝에 드디어 이스라엘의 왕에 등극하게 된다. 


그 사이에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살아남아 있었다. 사울 왕의 친손자이자 유일한 후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장애를 가지고 외딴 시골에서 멸시 속에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다. 나중에 요나단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윗 왕은 수소문 끝에 그를 왕궁으로 불러들인다. 그 당시 고대 근동에서는 새 왕이 이전 왕조의 모든 직계 가족들을 죽이는 것이 관례였다. 왕권을 위협하는 모든 화근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었다. 불려 와서 죽는 줄로만 알았던 요나단의 아들에게 다윗은 사울의 모든 재산을 되돌려 주며, 왕의 식탁에서 평생 함께 식사 하자고 말한다. 요나단의 아들은 “죽은 개 같은 자신을 왜 이리 극진하게 대접하느냐”며 감격해 했다.    

 

다비드 조각상을 다시 보니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저 눈빛 속에서 앞으로 닥쳐올 시련을 견뎌낼 의지가 보이는 듯하다. 목숨을 위협받으며 하루도 편하게 잠들 수 없었던 고난 속에서 다윗은 빛나는 리더십을 빚어냈다. 고난 가운데서도 부하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그들을 아꼈던 다윗. 자기를 죽이려고 10년 동안 쫓았던 사울을 두 번 살려준 다윗. 죽은 친구의 은혜를 잊지 않고 끝까지 갚은 다윗. 사방의 적들로부터 끊임없이 침입 받던 이스라엘을 군사 강국의 번성한 나라로 만든 다윗. 그는 말년에 허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민족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리더십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고난 속에서 고결한 인간 정신이 나오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공통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해법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진영 간의 갈등이 극심하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지도자의 리더십은 더 절실해진다. 이 시대를 잘 이끌며 진영을 초월해서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를 갈망해 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