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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내 싸울것인가

양영태 칼럼

현재 치과계는 여전히 내부에서 전쟁 중이다. 진 자의 공격과 이긴 자의 방어다. 제33대 협회장 선거가 끝난지 3개월 반의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한지 2개월이 채 안되는 시점이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후보들의 불만과 아쉬움은 매 선거때마다 있어 왔다. 실제적으로 억울한 경우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 결선투표까지 간 후보 간의 실랑이였지 1차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들까지 가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양상은 1차 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낙선한 3명의 후보들이 모여 부정선거척결연합(공동대표 김민겸 장재완 최치원, 이하 부척연)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고소고발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면서 부정선거를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3년전 선거 때 현 협회장 캠프에서 선거무효소송을 걸었는데 그것은 정당하고 지금 선거무효소송을 하는 것은 정당치 못한 것이냐며 내로남불을 외치기도 했다.

 

선거부정행위를 지적하는 세 후보진들의 주장들은 크게 특정언론과의 결탁설 의혹, 9천만원 횡령의혹, 그리고 서울치과의사회에 대한 협회의 감사행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들이다. 부척연에서는 이들 의혹이 사실로 믿고 싶은 것 같고, 현 집행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우리 치과계가 어느새 매 선거때마다 이렇게 선거결과를 부정하는 풍토가 되었는지 일단 치과계 선배로서 매우 답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선거결과 부정에 따른 항의가 구두에서 그치지 않고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고소고발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과거 선거 때에도 낙선한 후보들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도 해보고 거친 언사들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고소고발이나 법원에 가처분을 제기한 적은 제 생각으로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첫 직선제인 제30대 김철수 협회장 이후에는 매 선거때마다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풍토로 변질된 것 같다. 물론 부정선거 의혹제기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의혹이 단지 당선자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니라 실제 확실한 증거까지 있고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의 큰 사안이라면 반드시 바로 잡기는 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의혹 제기자의 확증편향적 문제제기라면 역으로 문제제기한 자가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갈수록 첨예해지는 선거 풍토를 봐서는 확증편향에 의한 고발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성인이라면 그런 경우는 시간이 좀 흐르면 제자리에 돌아온다. 오래 가면 곤란한 일이다.

 

그러나 부척연은 말려도 하고 싶은 만큼 고소고발을 이어 나갈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3년 내내 현 집행부를 흔들 요량으로 의혹제기를 이어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혹여 그럴 생각이라면 이번 선거처럼 회원들의 질타성 선거결과를 또 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태근 현 협회장의 지난 2년 임기 동안 직전 임원들이 잔존하면서 내부에서 끊임없이 총질을 해대던 그 여파가 이번 선거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복기해 봐야 할 것이다.

 

부척연의 한 대표는 “도를 넘는 금권 관건선거”, “회무 회계 부정사례 밝혀져”, “이번 선거와 관련해 법인카드의 오남용 문제 및 몇몇 단체와 개인에 대한 현금 지원 사례들은 여러 건이 확인” 등을 지적했는데, 아마도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부정직한 협회장이라는 프레임 작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심지어 “의료인 면허취소법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본인의 선거에 이용하고자 삭발과 단식이라는 정치적 쇼로 대응”했다고 질타하고 있다. 3년전 선거 며칠 안 남기고 자신들의 후보가 삭발하며 깨끗한 치과계를 호소하여 당선됐던 것은 벌써 잊은 것 같다.

 

현재 우리는 여야 정치권의 서로 치고받는 말잔치에 지쳐있다. 가뜩이나 경제도 잘 안 풀려나가는 이 마당에 적어도 치과계만큼은 보다 지성적이며, 보다 감동스러운 정치문화를 선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아주 오래전 한 선배가 협회장 선거에서 1표차로 낙선된 후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퇴장하던 모습이 선하다. 선거 당시 억울한 점이 없었겠냐마는 그 당시 그 선배는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 눈물로써 많은 말을 대변했었다. 그런 진한 여운이 있는 선거풍토, 그런 치과계가 다시는 오지 않으려나.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