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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을 때다

스펙트럼

사람들은 항상 말한다. 28살이나 먹은 내가 학생이라고 했을 때 하는 말은 모두 같다. “이야 좋을때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 교수님들 모두 나를 보고 좋을 때라고 한다. 긴 학생의 길을 다시 걷게 되었을 때도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 참 편하겠다.

 

그런데 요즘 입에 달고만 사는 말이 있다면, “죽겠다”, “졸업 언제하냐”, “못 살겠다” 이 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분명히 난 좋을 때인데, 좋은 게 맞을까? 이 공간을 대나무 숲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투덜대 보자면 하나도 좋지 않다. 지금 나는 힘들다!

 

아무래도 요즘이 시험기간이라 그 기분이 더 극대화됐겠지만, 그래도 원내생 생활이 쉽지는 않다. 아침 일찍과 늦은 오후에 들어야하는 강의들과 그 사이를 가득 채운 프랙틱스 스케줄, 그리고 그 점수를 채워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마음이 무겁다. 몸이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사소하게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들도 많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것도 힘들고 그걸 더 크다고 느끼는 내 자신에게도 실망스럽다.

 

물론 알고 있다. 그 “좋을 때”가 무엇인지. 아직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온전히 스스로 사회를 마주하고 책임을 지녀야할 필요가 없다는 건 정말 좋은 게 맞다.

 

그렇다고 힘든게 힘든게 아닌건 아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열심히 학교에 나오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자 다시 시작될 월요일을 마주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날이다. 물론 스케줄에 맞춰서 토요일은 쉬고자 하면 쉴 수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정말 모순적으로 웃긴 것은, 나도 졸업 전시를 앞두고 괴로워하는 동생을 볼 때마다 “좋을 때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뭐가 좋냐며 성내는 모습을 생각해보니, 지금 내 모습이랑 다를 바가 없어서 마음 한구석이 찔린다.

 

결국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들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 기억조차 따뜻하게 기억될 만큼 그것 말고도 행복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원내생 생활이 정말 힘들 때가 많지만 그 틈새는 즐거웠던 순간들로 가득하다. 학교 앞에서 파는 망고 젤리를 한 통을 사서 온 동기들과 나눠 먹었던 기억, 동기들과 학교 끝나고 맛있는 저녁 먹고 공부했던 일상, 웃긴 일이 있으면 같이 낄낄거렸던 일들 모두, 힘들었던 순간을 빼면 모두 웃고 있던 순간들 뿐이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이제야 알겠다. 이 기분, 익숙하다 싶었는데 고3 수험생 때의 그 감정이구나. 돌아가긴 싫지만 내 삶에서 가장 재미있기도 했던 그 때랑 닮아 있었다. 이제는 이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알겠다. 그 틈새의 행복을 잊지 않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대신 그 행복이 커지려면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 더 충실해야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치열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더 소중한 고등학교 3학년의 기억이 된 것처럼 말이다.

 

치과의사가 되려면 모두가 겪어야 되는 원내생 생활에 투정부리기도 참 민망하다. 찡찡대는 말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끝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틈새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도 일상이 감당하기 힘들 때가 분명히 있으실 거다. 그러나 잘 돌이켜보면 그 힘든 때 사이는 좋은 순간이 채우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신다면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제일 “좋을 때”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