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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 예산 삭감에 대하여

스펙트럼

“최근 저희 치과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포스트닥터(박사후연구원)들에게 내년 초까지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연구 인재들이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포스터닥터 월 급여는 세전 400~500만 원 정도입니다.”

 

“내년에 치의학대학원으로 들어오기로 한 내국인 대학원생에게 (치과대학에서 기초치의학전공 관련하여 한국인 대학원생과 같이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회입니다.) 상황에 따라 인건비를 줄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하니 진로를 바꾸어, 대학원생과 연구할 (교육할)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대학원생 월 급여는 세전 220~300만 원 입니다.”

 

“해외에서 국내로 유학 올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있었는데, 내년도 예산 삭감이 실행되면 당장 내년초 대학원 입학이 힘들 수도 있다고 하니, 다른 나라로 가버리더라구요.”

“계속 연구과제로 내년에 하려던 고가의 연구실험방법이 있는데, 예산삭감으로 과제비가 줄어들어서 이를 실행할 수 없어, 전체 연구의 방향을 잃게 되어버렸습니다.”

 

2024년 예산안을 보니, "과학기술계를 키우겠다"고 역설했던 이번 정부에서, 연구비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과 과학계 연구비 수주 카르텔을 이유로 15~20%정도 삭감이 되었다. 이는 국가 부도 위기인 IMF때에도 줄이지 않았던 R&D예산이어서 그런지 그 충격이 더하다.

 

국회 대정부 질문 및 내년도 예산 심의과정을 통해 이런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경위를 알려고 하였지만, 명확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하였다. 언론에 보도된 불합리한 연구과제 선정, 비효율적 연구개발 예산이 이유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경우가 100% 없진 않았겠지만, 전체 과학기술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서도, 한번에 15~20% 삭감을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청와대 직제 중 이를 조정할 과학기술보좌관이 폐지되어서 과학계와 정부고위층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던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

 

필자도 과학계에서 치의학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로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한번 연구자가 되어 1억원/년의 연구비를 받는것으로 생각해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표적인 젊은과학자에게 주는 연구비인 신진연구비는, 교수 1명에 평균 1억/년을 3~5년 지급한다. 이를 얻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대략 15~20%의 (1년에 5명 내외) 선정률을 보인다.

 

본인은 이 1억원에 대하여 항상 국민들이 고되게 피땀 흘려 번 돈 중 국가에 냈던 세금의 모음으로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시켜먹고 싶었던 배달음식, 사고 싶던 옷, 그리고 아이의 우유 값을 아껴서 냈던 1년 세금이 인당 약 1000만 원이라고 한다(2022년 국회예산정책처, 1인당 세부담). 1억을 위해서는 약 10명 국민의 1년치 세금을 모아야 하니, 내가 1년의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10명의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생각을 하니, 연구를 위해 필수적으로 구매해야하는 항체 1개 (40~60만 원), 시약 1개 (5~20만 원), 그리고 플라스틱 배양접시 (2~5천 원)를 사용할 때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한번 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본인 뿐만 아니라, 국가 R&D 비용으로 연구하시는 대부분의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대학원 과정 중 그리고 옆의 연구자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하는 고민들이 이런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예전에 교수님들은 국가 R&D를 수주하여 집이나 차를 샀다”는 이야기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10원 한 장 단위가 안 맞으면 관련된 모든 돈을 바로 본인 월급으로 메꿔야 하는, 투명화된 국가R&D연구비 정산을 실현하는 현실에서는, 해당이야기가 전설속의 유니콘과 존재 같은 이야기로 취급된다. 어쩔 때는 국가 R&D연구비를 쓰고 이를 정산하기 위해, 증빙용 사진과 서명, 비교 견적, 연구비 집행 사유, 그리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감시가 싫어 본인 월급으로 연구비를 지출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지경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서 대한민국의 국가동력을 이끌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창출 분야는 의치약학 분야일 것 같다. 그 이유는 IMF이후부터 현재까지 의치약학 분야에 대한민국의 고급 인재들이 많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치과)의사과학자 확대, 의대정원 증가를 현재 활발히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1명의 (치과)의사과학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공적 예산이 들어 갈 것이다. 하지만 (치과)의사과학자만 키운다고 해서 국가 미래먹거리를 창출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과학생태계가 구축된 상태에서 (치과)의사과학자가 많이 양성되어 연구를 진행해야 그 성취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연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인적 그리고 물적 (연구환경) 네트워크가 구축이 잘 되어있어야만 양질의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연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젊은 과학자 인건비, 기초연구 투자, 여성, 젊은, 국가 과학자 지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보완된다면 더욱 훌륭한 정책기조가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