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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 눈앞…치매 관리 치과적 접근 절실”

노인 치아 상실 치매 발생 위험 3.64배나 증가시켜
저작 기능 저하 뇌 혈류 감소 야기 치매 진행으로 귀결
이승우·이연희 교수, 구강건강·치매 연구 131건 메타분석


“치매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가 향후 국가적 차원에서 중점 관리해야 할 질환입니다. 이 흐름에 치과의사도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내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에 대한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승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이연희 경희치대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이 구강 건강과 치매 간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밝혀내 주목된다. 


기존에도 유사한 결론을 끌어낸 연구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근 30년간 발표된 구강 건강과 치매 간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공통된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해당 연구는 대한치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Pubmed, Google Scholar 등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997년부터 2023년까지 출판된 논문 총 131건을 메타분석했다. 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 규모가 100명 미만인 연구는 제외했다.


# 저작기능 저하, 치조 신경 소실 등 악영향
분석 결과, 전반적인 구강 건강 악화가 치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치아 상실의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을 3.64배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저작 기능이 뇌 기능 활성화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연희 교수는 “저작근 운동을 통해 뇌 혈류 증가, 피질 영역의 활성화, 혈중 산소 수치 상승 등의 뇌 기능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치아 상실로 교합이 정상이 아닐 경우 뇌로 혈류가 원활히 가지 못해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치아 상실로 치조신경이 소실돼 음식물을 씹는 감각신경 신호가 중추신경계로 전달되지 않아 뇌신경의 퇴행으로 이어졌거나, 치아 상실로 인한 영양 섭취 불균형이 뇌 기능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 구강 미생물, 혈관 통해 뇌로 이동
치아우식, 치주질환도 치매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강 미생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승우 교수는 “우식 치아에 있는 구강 미생물이 혈관을 통해 뇌 부위로 이동해 뇌혈관을 자극하면 일종의 단백질 플라그인 아밀로이드가 침착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열악한 구강 건강이 치매 진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정리했다.


구강 건강 악화 및 치아 손실이 저작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뇌 혈류 감소를 야기시켜 뇌 위축을 가속화 시킴으로써 인지 기능도 저하돼 치매 진행으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특히 저작근 운동이 뇌 기능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임플란트, 완전 틀니, 부분틀니 등 고정식 치과 보철도 치매 예방을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분석에서도 임플란트를 한 노인 환자의 인지 기능이 치아 상실을 방치한 노인 환자에 비해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유다.

 


# “치매 관련 정책 수립 치과계 적극 참여”
현재 정부는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치매 관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는 7월 시행을 목표로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치과는 배제된 상태다.


연구팀은 치매 관리를 위한 치과적 개입이 앞으로 절실히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교수는 “치매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치과의사도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또 구강 건강과 치매 간 단순한 데이터 분석에 그치지 말고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더 투자하고 개발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연희 교수는 “우선 상실 치아나 기능이 저하된 치아를 방치하기보다는 적시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학계 차원에서는 치과적 개입이 포함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도 개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