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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생각해 보는 바람직한 리더의 조건

시론

크고 작은 집단에는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있다. 인적요소를 최소화하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선진조직이라도 리더의 역할에 따라 그 조직은 전혀 다른 능력과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간단히 축구팀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똑같은 선수들로 게임을 하여도 감독 한 명이 바뀌면 만년 꼴찌를 다투던 팀이 갑자기 다음 시즌 우승을 하기도 한다. 2002년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나, 최근 아시안컵의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상황으로도 과거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의 통솔 하에 단 1패도 하지 않았던 조선 수군은 원균이 지휘권을 잡자마자 한번에 거의 전멸해 버렸다. 

 

정치 뉴스는 잘 안보는 편이지만, 현재 총선을 앞둔 각 정당 지지율 변화, 더 나아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갈등 상황에서 그 중심에 있는 리더들을 보면 그들의 태도와 생각이 매 순간 그 조직(정당, 국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된다. 대형 서점에 가면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에 관한 주제로 수많은 “리더십” 저서들이 나와 있는데 이는 그만큼 관심이 많고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저서들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대충 목차만 보더라도 어느정도 공통적인 요구조건은 알 수 있다. 이러한 저서들을 참고하고, 또 필자의 경험과 주관으로 그 중 중요한 몇가지만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나열 순서에 절대적인 경중의 의미는 없다. 

 

첫번째 덕목은 소통능력(communication ability)이다. 이는 수많은 관련 저서들이 가장 많은 빈도로 언급하고 있는 최우선의 덕목이기도 하다. 리더 자신이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 있어도 충분한 소통을 통하여 팀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리더의 비전은 결코 성공적으로 성취될 수 없다. 소통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감성 인지 능력인데, 요즘 MBTI식으로 얘기하면 F(feeling)가 있어야 하고, 옛날 고사성어로 표현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어야 할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하는 얘기 중에 저분은 능력도 좋고 훌륭한데, 사람이 너무 차가워서 얘기하기가 불편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은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좋은 참모를 만나기가 힘들고, 과거에는 이러한 단점을 권위주의식 상명하복의 문화로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현대에는 전혀 작동할 수가 없다. 소통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고, 훈련을 통해서도 키워질 수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된다면 조직을 위해 스스로 리더의 지위를 포기하는 편이 나을 듯도 싶다.

 

두번째 덕목은 일의 우선순위와 경중을 따질 줄 아는 판단력이다. 큰 조직의 리더들일수록 수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적절히 배분하고, 업무 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어야 한다. 바둑전문가는 아니지만 바둑을 둘 때 내 바둑돌을 놓은 순서에 따라 결과적으로 같은 위치에 돌이 놓이더라도 내 돌과 상대방 돌의 생사가 뒤바뀔 수가 있다. 또 실제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도 어떤 부대와 무기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투입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이렇게 일처리에 있어 현명한 리더의 적절한 우선순위의 결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 갑자기 떠오르는 단순한 “촉”으로 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충분한 사전 정보에 기반한 세심하고 치밀한 연구를 거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 바둑돌이 살고, 국가간의 전투에도 승리하여 나라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덕목은 정직하고 진실된 자세이다. 리더는 자신만이 잘 되려고 해서는 안되며, 조직과 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같이 발전하고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 종종 들리던 얘기 중에 사람이 성공하려면 너무 도덕적인 것 보다는 아랫사람을 짜내어 착취하고 반대로 상사에게는 아부하는 아주 “인성이 불량한 처세”를 하여야 한다고 하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아무리 조직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개성이 뚜렷하고 자의식이 강한 만큼 무턱대고 위에서 요구한다고 다 따르지도 않으며, 부하를 단순히 자신의 성공의 도구로 삼으려는 리더의 농간에 당하고만 있을 사람은 없다. 따라서 리더는 큰 시야를 가지고 늘 조직과 조직원을 위하는 높은 도덕성 기반의 정직함과 진실함으로 승부를 해야 하며, 그러한 진실함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고, 결국 그의 조직과 조직원을 더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작은 조직부터 큰 조직까지 음모와 정치가 만연하여 위기에 빠진 우리사회는 이제 다시 도덕적 인간관계의 초심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네번째 덕목은 조직원을 대하는 인성이다. 세번째 덕목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지만, 조직원을 자신만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 때 소통 능력도, 정확한 상황 판단력도, 진실함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 역시 어려서 부터 받아온 교육의 산물이기도 한데, 자신의 위치에 상관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을 존중하고, 하대하지 않는 매너를 보이는 리더는 그 자체로도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다섯번째 덕목은 열정과 희생정신이다. 남을 리드하는 것의 기본은 조직원들의 인정(認定)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인정은 다양한 것으로 성취될 수 있지만 적어도 조직원들에게 리더가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들은 최소한 그들의 조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여섯번째 덕목은 다른 생각을 아우를 수 있는 관용정신과 경청하는 자세이다. 조직이 아무리 작아도 거기에는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업무의 추진을 위해 그들의 얘기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할 지라도, 적어도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고 한번쯤은 열린 자세로 들어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많은 현자들이 충고하기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일수록 내가 그들을 설득하기 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한 조직내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아우르지 못하면 그들은 배반을 꿈꾸고, 리더를 흔들 것이다. 

 

일곱번째 덕목은 리더의 확고한 비전과 철학이다. 아마도 최우선의 덕목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인데,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위한 일관되고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주변 상황에 따라 적절한 융통성을 보일지라도 적어도 그가 추구하고 조직원의 동의를 얻은 근본적인 철학은 변치 말아야 한다. 만일 이러한 부분에서 리더의 중심이 흔들리면 정책들도 우왕좌왕이 되고, 조직원들은 스스로 가고 있는 방향에 많은 혼란을 느낄 것이며, 결과적으로 성취를 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없다. 애초에 이런 비전과 철학이 없는 사람이거나 잘못된 신념을 가진 사람은 리더의 자격도 없다. 

 

최근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럽다. 특히 국내 상황이 심각한데, 국내산 “리더”들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밀려오는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세상은 AI 혁명과 기술전쟁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우리네 모습은 그저 한숨 뿐이다. 언제부터 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정말 마음에 우러나서 찍고 싶은 사람(정당)을 기다리는 올해도 차악(次惡)을 찍어야 하나, 그냥 속세를 잊고, 세상만사에 눈을 감아야 하나, 고민이 앞선다. 우리나라를 멋지게 이끌어줄 리더를 과연 내 생애 만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파이팅.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