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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박사의 보험이야기]치과계의 소망


 며칠 전 한 신문에 “5년 방치된 ‘관료주의’가 뽑혔다”라는 큰 제목의 기사가 실렸고, 같은 날짜의 사설은 “이틀 만에 뽑을 전봇대 5년 동안 못 뽑았다니” 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이는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5년 전부터 대형 트럭의 통행을 방해하는 전봇대를 옮겨 달라는 읍소가 담긴 민원을 해왔으나, 이명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이틀 만에 그것도 불과 5시간의 작업으로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한 기사였다.


이 전봇대 사건은 다른 신문의 오피니언 난에 “‘하면 된다’ 정신의 부활”이라는 제목으로 까지 이어졌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는 인류 역사상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서, 모쪼록 ‘전봇대 뽑기’가 ‘하면 된다’ 정신의 부활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선진화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전봇대 뽑기처럼 마음만 먹으면 이틀 만에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들도 많지만 쉽사리 해결하기 힘든 사안이 훨씬 더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치과의료 정책 제안서’ 중에 건강보험에 관한 것은 ‘치과진료 수가의 현실화’와 ‘건강보험 필수진료의 보장성 확대’가 전부라 볼 수 있다. 치과계의 이 두 가지 요망 사안은, 위 신문 기사 속 ‘5년 된 전봇대’보다 훨씬 오래 전의 일로 보험제도가 시작된 이래 30년 묵은 소망 사항이다. 그러면 우리들의 요구가 과연 전봇대 뽑기처럼 이틀 만에 아니 5년 내에라도 이뤄질 수 있을까?


보험수가의 현실화가 왜곡된 진료행태를 바로잡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최점일 교수(부산치대 치주과)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약 85%의 개원의가 낮은 수가 또는 청구삭감 문제 때문에 보존과 치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원의 중 70%가 임플랜트 시술을 하고 있었다. 이 수치는 다른 어느 나라도 따를 수 없는 높은 시술 비율이다.


필자는 임플랜트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단상 중 하나가 지난 2006년 4월 심평원에서 치과분과위원회에 회부됐던 안건 내용이다. 즉 47세 되는 환자에게 하루에 29개의 치아를 발치한 진료비청구서를 받아본 심사요원이 궁금증 차원에서 진료기록을 요청 한 사례였다. 안건 제목은 ‘Implant 식립 당일 전악 실시한 발치의 적정성 여부 및 보험급여 여부’였는데, 진료기록과 파노라마 방사선 상에서 확인된 내용은 29개의 치아를 발치한 당일에 16개의 임플랜트를 식립한 것이 사실이었다.
필수진료의 보장성 확대라는 제안에서 ‘필수 진료’라는 표현에 ‘예방진료’를 병기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건강보험 급여에 충치와 잇몸병의 예방 진료를 포함하는 일은 이미 질환이 발생한 뒤에 오는 고통을 예방할 뿐 아니라, 비용 효과 측면에서도 그 이점이 확실하다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충치와 잇몸병은 전 세계적으로 무수히 많은 연구비와 시간투자의 결과로 이미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치과진료 수가의 현실화’와 ‘건강보험 필수진료의 보장성 확대’ 문제는 5년간 방치됐던 전봇대보다 더 해묵은 우리의 소망이자, 빨리 뽑아야 할 ‘충치(?)’이며 그 자리에 다시 심어야 할 ‘임플랜트’라고 생각한다.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이명박 당선인이 이끌어갈 새 정부에서는 대선보건의료공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맞춤형 예방중심 건강관리정책’에 건강보험 재정을 파격적으로 할애하는 특단의 결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