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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정 박사의 보험이야기]보험 관련 민원 사례

 심평원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민원(民願)’이란 단어가 그다지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민원의 사전적인 의미는 ‘시민이 행정기관에 대해 어떤 특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일’인데, 필자는 다행스럽게도 일평생 민원을 제기한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5년 개원생활을 하면서 단 한번 민원의 대상이 된 일이 있다. 잠시 그 기억을 떠올려 보겠다.


십여 년 전 어느 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으로부터 편지 한 장이 날아왔었는데 내용인 즉, 필자에게 진료를 받은 이가 치료비와 관련해 소위 민원을 제기했으니 진료기록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 환자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니 근 일 년여 전에 한 번 내원해 상악소구치 협면에 ‘광중합 레진충전’(2개 치아)을 처치 받고, 비급여로 진료비(10만원)를 낸 사례였다.
즉시 진료기록을 복사해 우송하고 난 얼마 후, ‘광중합충전’은 보험급여에 해당하므로 급여로 산정 후 발생하는 차액(8만여원)을 환자에게 돌려주라는 내용의 회신이 왔다. 소위 ‘환급’을 해주라는 통보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광중합충전에 대해 뚜렷하게 명시된 규정이 없었으나, 심평원에서는 민원이 있을 경우에 한해 보험급여로 가름하고 있었다.


심평원이나 공단(국민건강보험)에 제기되는 민원의 사유는 거의 모두가 진료비에 관한 것으로, 필자가 숱하게 받아 본 민원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해보겠다.
민원사항: “2004년 6월 1일 서초동 00치과에서 본인이 사랑니 발치를 위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비용으로 50만원을 지불했으나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치료비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치과원장님은 교정을 위한 사랑니 발치는 보험이 안 된다고 하시고 치료비는 적정하다고 이야기 하시네요. 제가 건강보험에 문의해 본 결과 교정을 위한 사랑니 발치도 보험이 가능하고 설령 보험이 아니라 하더라도 50만원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됩니다. (중략) 그냥 수긍하고 지나치려 했으나 꼭 해결해야 하겠습니다.”


그에 대한 담당의사의 소견서에는 자세한 진료과정과 소견이 A4용지 한 장 가득 적혀 있었는데 그 일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2004년 5월 22일: 초진(파노라마 사진 촬영 및 진단) A. 수진자 000은 내원 시 좌측 사랑니가 매복됐음을 알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하악 전치에 총생(crowding)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하악 전치의 총생을 교정하기 위해 교정치료 전에 사랑니를 발치해 달라고 말했음.” 아울러 매우 자세한 진료비 내역서가 도표 형식으로 첨부돼 있었다.
“치조신경 전달마취 30,000, 사랑니 수술 100,000, 수술 후 처치(소독) 10,000, 수술 후 처치(발사) 10,000, 수면진정요법 시술 250,000, 회복실 이용 및 집중간호 100,000 치료비청구 총액: 500,000”, “정맥내 약물투여((IV) 10,000, D5W 0.5L 967, lidocaine (1.8ml) 356×2, midazolam(5mg) 1,190, Kerora(30mg) 1,031×2, Dexamethasone(5mg)123×2, Clindamycin (300mg)666×2:수가 0으로 처리, 청구치 않음.”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상으로 사랑니는 하치조신경 및 제2대구치의 손상 가능성이 보일 만큼 매우 깊게 매복돼 있었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한 담당의사의 진료기록은 나무랄 데가 없었으며 발치 후 경과도 양호했다.
이처럼 모든 진료가 순조롭게 끝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지나치게 높게 지불됐다고 민원을 제기한 이는 40대 초반의 한의사였다. 결국 심평원에서는 규정에 따라 보험급여로 정리했고, 그 결과 환자 본인 부담금은 채 4만원도 안 됐다. 대한민국에서 치과의사 노릇하기가 참으로 만만하지 아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