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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황재국 안산 호수중앙교회 목사]웃음을 먹고 자라는 꽃

조선의 세종조에 ‘최한경’이란 유생이 자신의 인생을 기록한 ‘반중일기(泮中日記’를 남겼는데, 여기에는 성균관 유생시절 ‘박소저’라는 여인을 사랑해서 지은 연애시가 실려있습니다.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어찌 그리도 농염한지/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산에 누워 하늘을 보네/ 청명한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푸른 하늘이여/ 풀어 놓은 쪽빛이네/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보면 우리의 인생도 하나님이 내려 주신 아름다운 꽃밭인 것을, 인생의 꽃밭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람부는 대로 흔들리고 비가오는 대로 물을 머금고 자라는 여리고 연한가지로 태어난 우리의 자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인생의 꽃밭 가운데 아이들의 꽃이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류의 4대 질병 가운데 하나가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2020년에는 우울증이 2번째 사망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전 세계에 3억5천만명의 우울증 환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10명 가운데 1명이, 여자는 5명 가운데 1명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목숨을 버리는 일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도시 청소년 10명중 7명이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그 중 3명이 치료를 받아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경희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김영란씨의 논문 ‘고등학생의 우울에 관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약 70%가 우울 증세를 갖고 있고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중증 이상을 가진 학생들이 38.9%에 달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원인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청소년상담연구소의 정리된 내용을 보면 “아이들의 우울증, 자살 충동의 표면적인 원인은 학업성적 또는 친구문제지만 본질은 부모 또는 친구로부터 인정(긍정)받고 싶은 욕망”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싱싱하게 자라나려면 무엇보다도 따사로운 햇빛과 영양이 듬뿍 담긴 거름이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사롭고 영양가 있는 거름은 다름이 아닌, 아빠·엄마의 긍정적인 웃음입니다. 자녀의 눈을 바라보며, 때로는 가슴과 가슴을 맞대어 꼭 안아주며 긍정의 웃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입시나 학교성적을 가지고 나무라기 전에 자녀를 향해 부모의 건강한 웃음을 보여주십시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사랑을 어떻게 가시적으로 전달 할 수 있습니까? 웃어주면 됩니다. 활짝 웃어주면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하는 아들녀석의 얼굴을 보고 근심에 사로잡힌 적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손을 잡고 나가면 백만불짜리 웃음이라고 그렇게 칭찬을 많이 들었던 얼굴인데, 언제 저렇게 무표정하고 재미없는 얼굴로 바뀌었는지 부모인 나를 무척 반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내속으로 낳은 자식이니, 저 얼굴이 나를 닮은 내 얼굴이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우리부부는 그때부터 아침에 눈뜨고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고, 밥상 앞에서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대화 할 때마다 웃어주고 항상 웃어주기로 약속하고 실천을 했습니다.
그게 쉬운일이 아니었으며, 지금도 어려운 중에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을 위협하는 세상의 모든 우울함과 어두움은, 부모들의 웃음이 치료제가 될 것입니다. 웃음은 감정조절, 평온, 수용, 불안, 공황장애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 이나 우리의 꽃밭에 웃음의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까? 김구 선생님의 ‘백범어록’에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웃음의 발자국을 남기면 우리의 꽃밭에, 웃음으로 가득한 행복들이 아름다운 열매로 자라나고 있음을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