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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이의 도보여행] 제주 올레 - 진짜 제주의 얼굴을 본 적 있나요? (1)

 

 

 

발견이의 도보여행 ⑥  제주 올레

  

진짜 제주의 얼굴을
본적 있나요?

  

한 코스에 하루씩 타박타박
바람 많고 돌 많은 제주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보하는 목표
제주올레 걷기 축제 꼭 참여해 보길

  

#‘제주 올레!’

 

2007년 조성을 시작한 제주올레는 우리나라 걷기여행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길이다. 걷기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여행문화의 트렌드를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이름은 묵직한 무게감을 갖는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올레’는 이제 누구나 한번쯤 걸어보아야 할 걷기인의 성지가 되었다.


하지만 일부 여행객이나 여행사 상품들은 제주올레를 순간 거쳐 가는 단순 관광상품으로 인식하고 점찍듯 스쳐가는 경우가 있다. 제주 올레는 천천히 느리게 음미하며 걸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느 관광지처럼 사진만 후딱 찍고 와서는 ‘나 제주 올레 갔다 왔다’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


반면 제주 올레를 온전히 걸어본 이들은 ‘지나치게 아름다운 탓에 다녀온 후에는 그리움의 열병을 앓는다’며 푸념 아닌 푸념으로 올레 찬양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표현이 결코 허풍만은 아닌 것이 제주 올레가 좋아 아예 제주도로 거주지를 옮긴 일명 ‘올레 이민자’로 인해 제주도 인구가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한 코스에 하루씩 타박타박

 

전부 26개 코스로 조성된 제주 올레를 온전히 걸어보려면 26일이 소요된다. 물론 빠르게 걸으면 하루에 두 개 코스도 걸을 수 있으나 그것은 ‘놀멍 쉬멍(놀며 쉬며의 제주 방언)’ 걷는 것을 모토로 하는 제주 올레와는 맞지 않는 반칙(?) 여행법이다. 1박2일이나 2박3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이라도 한 코스를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걷는 것이 제주 올레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인 것이다. 각 코스가 개성을 갖듯, 하나의 코스 속에서도 시작과 끝, 중간이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기에 모두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제주도를 많이 여행했다 하더라도 제주 올레를 걷지 않았다면 단언컨대 제주의 속내는 모르고 다녔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제주를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나 제주 올레를 걷고 나서야 ‘진짜 제주의 얼굴을 보았노라’고 말할 수 있었다.


제주 올레를 걸으면 산과 바다, 아열대 생태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광이 걷는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먼저 기생화산인 오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각보 들판 풍경은 이곳 제주가 아니면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기하학적인 볼거리다. 작은 돌들이 쌓여 선을 긋고 이어내면서 만들어내는 이 소박한 조각보 들판 풍경은 제주 올레 기념품 디자인의 뼈대를 이룰 만큼 감동적인 볼거리다.


검은 돌과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의 조화는 제주 올레가 주는 화려한 선물이다. 화산활동에 침식과 융기를 번갈아가며 깎이고 떨어져 나간 제주의 해안 풍경은 다양한 형태를 띠어 자꾸자꾸 보아도 지루함이 없다. 여기에 곶자왈로 불리는 제주도의 자연 숲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곳으로 제주 올레 곳곳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곶자왈 구간은 한 사람이 오롯이 지날 수 있게 길을 꾸며 놓아 마치 동화 속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느낀다.


바람 많고 돌 많은 제주도 돌담 사잇길을 걷고, 자칫 검은 물개로 착각하기 쉬운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든다. 해녀 잠수복과 태왁이 빛바랜 담벼락에 걸려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고단한 섬주민의 생활이 우리 어머니의 모습인 듯하여 가슴 한편이 짠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10코스에 있는 섯알오름 위령탑과 알뜨르비행장을 지날 때는 근대역사 속에서 겪은 제주도의 크나큰 상처로 걷는 이의 마음도 아려온다.

  

#제주 올레 여행 준비하기

  

앞서 말했듯 제주 올레는 26개 코스로 되어 있다. 꼭 26개 코스를 모두 걸어보지 않아도 좋으니 단 한 개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 기왕이면 1코스부터 시작해서 시간이 되는대로 차례대로 섭렵하는 것이 무난하다. 그래도 그중에 가장 좋은 코스는 어디냐고 극구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코스는 외돌개가 있는 7코스입니다. 하지만 저는 신비로운 곶자왈풍경이 사람을 홀리는 14-1코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길의 변화가 다양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10코스도 추천할 만합니다. 하지만 제주 올레를 처음 시작하신다면 조각보 들판 풍경이 아름다운 1코스를 추천해드리고 싶네요”라고 말이다.


반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우도는 필자에게 가장 선호도가 낮다. 일명 ‘사발이’라고 불리는 사륜 오토바이와 스쿠터 등을 섬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여하는 바람에 걷기 환경이 좋지 않다. 걷기에 어려움이 있는 노약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운송수단이겠으나 온전히 두 발로 길을 걸어야 하는 걷기여행자에게는 시끄러운 소음과 매연, 그리고 위험한 존재 밖에는 되지 않는 문명의 이기일 뿐이다.


장기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은 제주 올레에는 다양한 민박과 수백 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숙박을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걷기를 마친 곳부터 픽업서비스를 해주는 곳도 많으므로 예약을 할 때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제주 올레를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숙소에서 혹은 길에서 만나는 올레 길동무들이다. 같은 길을 걷는 나그네라는 공감대 하나만으로도 금세 친구가 되어 가까워진다. 그래서 제주 올레를 장기간 걷다보면 혼자 갔더라도 며칠 후에는 의지가 되는 길동무가 생겨서 함께 걷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걷는 길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보이지 않는 가교 역할도 한다.

  

#2013 제주올레 걷기축제 (10.31~11.2)

  

오는 10월 31일부터 3일간은 ‘2013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벌어진다. 14, 15, 16코스에서 벌어지는 2013 제주 올레 축제는 예년과 같이 지역민들이 공동 참여하는 다양한 먹거리 장터와 지역민속 공연, 그리고 외지에서 참여하는 다양한 길거리 공연팀들이 길 곳곳에 포진하여 다양한 볼거리과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제주 올레가 우리나라 걷는 길의 큰 형님인 것처럼 길 축제 역시 국내 최고 수준의 재미를 자랑하니 꼭 들려보길 바란다. 제주 올레 축제는 (사)제주 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다.


<사진설명>


01 제주 올레의 상징, 10돌담과 리본. 리본의 빨간색은 제주 감귤을, 파란색은 파란 바다를 상징한다.


02 10코스 용머리해안으로 향하는 길. 작년 제주 올레 축제 때 촬영된 것이어서 인파가 꼬리를 물었으나 평소에는 고즈넉한 걷기가 가능하다.


03 제주 올레의 상징, 제주 조랑말 간세 인형. 제주 올레의 기념품 수익금은 전액 제주 올레를 유지 관리하는 곳에 쓰인다.


04 잘 가꾸어진 야자수 공원을 지나는 곳도 있다.


05 각 코스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곶자왈 구간.


06 검은 돌과 흙, 그리고 파란 하늘의 조화. 그 풍광 속에서는 사람도 풍경이 된다.


07 사시사철 푸름을 놓지 않은 제주의 들녘, 센 바람에 앉은뱅이가 된 키 작은 나무에 마음이 붙는다.


08 제주도 남쪽의 랜드마크와 같은 산방산 아랫길, 산과 바다가 조화롭게 펼쳐진 길이다.

  

▶▶▶길 문의: 제주 올레 홈페이지 ttp://www.jejuolle.org/ 콜센타 (064)762-2190

  

윤문기(발견이)
-현 (사)한국의 길과문화상임이사 / 사무처장
-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생태탐방로 컨설팅 및 선정위원
-현 걷기여행 동호회 운영 (발견이의 도보여행)
-현 한국걷기동호회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