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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관 기] 2013년 ISO/TC 106 회의 - 회의 “인상적” 평가 속 한국 위상 업그레이드

참 관 기

 

2013년 ISO/TC 106 회의

회의 “인상적” 평가 속 한국 위상 업그레이드


제49회 ISO/TC 106 (국제표준화기구/치과의료기기전문위원회) 회의가 2013년 9월 30일 ~ 10월 5일 한국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ISO/TC 106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할 수 있다. ISO/TC 106 회의는 통상 FDI 총회 개최국에서 주관하도록 되어있는데 해당 국가가 정회원에 해당하는 P(Participating)-member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FDI 총회는 아쉽게도 한국에서 열리지 못하였으나 ISO/TC 106 회의는 열릴 수 있었다. 국제표준 제정 및 개정에 직접 참여 및 투표가 가능한 P-member는 이번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합류하면서 총 27개국이 되었으며 참관만 가능한 Observing을 의미하는 O-member는 현재 17개국이다.


이번 회의를 위해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ISO/TC 106 국내 간사기관인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우종윤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부위원장은 치협 자재표준 담당 김종훈 이사와 ISO/TC 106 한국대표인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김경남 교수가 맡아주셨으며 이외에도 기술표준원,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의 기관 직원 및 학교, 업체에서 준비를 위해 수고해주셨다. 특히 외국어에 능통한 치과대학생들까지 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해 원활한 회의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ISO/TC 106 회의는 여타 학술회의와는 다르게, 8개의 소위원회(Sub-Committee, SC) 산하 각 작업반(Working group, WG)별로 소규모로 회의가 진행된다. 적으면 10명 안팎에서 많아도 30명 정도의 인원이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첨예한 안건에 대해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다.

  

# 국제표준 선정까지 보통 5년 소요


국제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신규작업항목제안(New Work Item Proposal, NWIP)을 제출하면서 시작되는 과정은 회람과 동의, 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하는데, 작업초안(Working Draft, WD)를 거쳐 위원회안(Committee Draft, CD), 국제표준안(Draft International Standard, DIS), 최종국제표준안(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 FDIS)의 과정 끝에 국제표준(ISO)로써 최종 완결된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5년은 걸리며 준비 단계에서부터 각국의 동의를 얻기 위한 물밑작업이 활발히 진행된다. 말 그대로 세계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3년째 참석을 하고 있는 필자의 경우에 소심한 성격 탓에 같은 WG에 속한 타국 대표를 서너 명 정도밖에 모르는데 제대로 표준작업을 진행하려면 다년간 참석하여 각국의 해당 전문가와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각 위원회 별로 우호적인 국가들도 만든 단계에 와있고 우리가 제출한 NWIP도 여러 개가 되어 이번 회의에서 오스테오톰에 대한 CD가 DIS로의 투표회람을 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특히 원광대 치과재료학 오승한 교수는 새로 구성되는 SC9(CAD/CAM)의 WG의 컨비너(좌장)를 맡게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WG의 컨비너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필자는 무엇을 하였는가? 내가 속한 소위원회는 SC6로, 치과용 장비를 다루며 7개의 작업반(WG)을 가지고 있다. 제품의 수출, 수입과 관련된 표준에 관한 것이므로 제조업체의 참여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장비를 수출하는 업체가 적은 국내 환경 탓에 업체의 참여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지금까지 조선치대 고영무 교수께서 홀로 참석해온 소위원회가 되겠다. 모든 작업반에서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국내 학계 참석자가 치과재료학 전공자였는데, 이는 그만큼 전문분야 인원이 부족하다는 슬픈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SC6의 WG7은 광중합기에 관한 표준을 다루는데 광중합기를 제작하는 업체 연구자와 해당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임상 전문가가 함께 있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일본 참가자 철저한 준비 배워야


매년 그래왔지만 일본측 참가자의 일사불란함은 올해에도 역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가까운 한국에서의 개최에 힘입어 참가국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일본은 보통 업체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경험 많고 오랜 기간 참석한 교수와 여러 업체의 연구개발부서의 인원들이 팀을 이뤄 각각의 소위원회에 참여를 하는데, 우리와 똑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날 이미 모든 자료를 분석하고 멘트까지 준비를 해와서 유럽이나 미국측 참가자와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치과 무영등의 밝기 상한선에 대하여 관련 논문을 회의시간을 할애하여 발표하는 철저함을 보여주었고 역시 해당 규정은 일본의 의견대로 결정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 회의의 컨셉은 “친환경과 문화”였다. 종이로 된 유인물은 최대한 배제하고 전부 파일로 업로드,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준비하였으며 이를 위해 조직위원회에서는 무선인터넷과 모든 참석자의 노트북 사용을 위한 전원 콘센트 등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 또한 1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회의 첫 날 참가자 전원에게 ISO/TC 106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나눠주고 음료를 직접 따라 마시도록 하였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서 이틀 째 즈음에는 종이컵을 달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모든 참가자가 마지막 날까지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커피와 차를 받아 마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회의는 진정한 “친환경”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 한국 문화 체험마당 다채


특히 이번 회의에는 인천광역시를 비롯, 관광공사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도움을 주었는데 한국의 전통문화를 외국인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모든 회의기간 동안 한복 체험, 전통차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실타래 엿 체험장에서는 오히려 한국 참가자들이 궁금하여 몰려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필자 역시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문화(?)체험의 기회가 된 것 같다. 환영 만찬장소 앞에서는 떡방아로 떡을 치고 제기를 차는 등 외국인들이 흥겹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마당이 차려져서 한국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본다.


비록 일주일간의 마라톤 회의로 인해 몸은 많이 지쳤지만 회의가 끝나면서 외국인 참가자들의 한국 조직위원회의 철저한 준비에 대한 칭찬과 회의장소인 송도 컨벤시아에 대한 초현대식 시설에 대한 부러움을 접하니 기분은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50회 회의가 열리는데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과 친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안진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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