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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프니?

릴레이수필 제1885번째

응답하라 1996!
1996년 여름학기로 들었던 국어작문, 일명 ‘국작’.
과제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랑’을 의인화해서 썼던 글이 강사님의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날 출석하지 않았다는….


2013년 11월
“사랑니 발치치과니까 환자분들이랑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으시지요? 바쁘시겠지만 글 좀 부탁드릴게요”라고 물으시는 기자님에게 차마 “바쁘진 않지만, 아직 에피소드라고는 없는데요.”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웠습니다.


‘사랑니’를 의인화해서 자신을 핍박하고 동강내고 제거하려는 못된 치과의사의 스펙타클하고 환타스틱하고 서스펜스한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능력 부족임을 깨달았습니다.


2004년 연건동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6층 구강악안면외과 외래 2년차의 하루.
차팅해야 할 차트를 몇 개씩 겹쳐서 들고 다니면서, 다른 2년차와 누가 더 빨리 발치하나 내기를 하고, 드레싱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수 십명의 환자를 봅니다.


2013년 역삼동 강남역 뒷골목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의 하루.
출근 후 블로그 방문자 체크로 시작해서 블로그에 뭐 쓸 거 없는지 머리를 쥐어짜다가, 지식In 답변을 달고 있는 인터넷 홍보대행사 직원 같은 하루….
중간중간 치과로 보내드릴 메일링 작업을 하고, 진료가 끝나면 카카오톡으로 지혈은 잘 되셨는지? 불편한 점은 없으신지? Control-C, Control-V를 합니다.


에피소드 I
수도 없이 듣는 질문 “아파요”
대답은 언제나 “네!”


에피소드 II
페이셜 가드, 물과 피가 많이 튀기 때문에 대부분 쓰고 있는데, 그만 부러졌습니다. 이것은 얼굴이 커서?


에피소드 III
헉 소리 나는 사랑니들…
아직까진 못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습니다만, 정말 “헉!” 소리나는 사랑니들이 등장합니다. 파노라마 사진만 보아도 예술적인 곡선을 가진 사랑니들이 등장을 하며, 발치하고 나면 정말 “이 사랑니들이 얼마나 나오기 싫었으면 이렇게 생겼을까?” 생각에 젖곤 합니다.


에피소드 IV
저희 치과는 강남역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면도로도 아니고 삼면도로 쯤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정말 치과가 있을까 라고 생각되는 곳이기 때문에 사랑니 발치 이외에 다른 치료를 위해 들어오시는 분은 없습니다. 스케일링만 받으러 오신 분과 잇몸치료가 필요하신 분, 딱 두 분 계셔서 성심성의껏 치료해드렸습니다.
사랑니 발치가 아닌 치료를 다른 치과로 보내드리는 것이 진료거부가 아닌 다른 치과로 의뢰 드리는 것이라고 데스크 직원을 교육시켰던 시간이 조금이나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맺음말
‘사랑니’를 의인화해서 자신을 핍박하고 동강내고 제거하려는 못된 치과의사의 스펙타클하고 환타스틱하고 서스펜스한 글로 다시 찾아뵙길 기대합니다. 결말은 주인공이 죽는 새드 앤딩 스토리겠죠?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