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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자랑

종교칼럼

자기 사는 동네와 사랑에 빠져 본 일이 있는가. 송도는 내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애틋한 도시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그가 무엇이 좋더냐 물으면 뭐 이쁘고 잘생기고 성격 좋고 어쩌고 그러다가 ‘모르겠어 그냥 괜히 좋아’ 하듯이 나도 그렇다. 그냥 괜히 좋다.

멀리 길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건물들이 하나둘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내 가슴은 연인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설렌다. 에너지도 자동 충전된다.

짧지 않은 시간 이곳저곳에 인연 되어 교역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느낌을 주는 곳은 처음이다. 언뜻 들으면 그동안 이사람 저사람 만나봤지만 당신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은 처음이야 하는 무슨 바람둥이들의 고정멘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이다.

자식자랑 배우자자랑 하는 이를 팔불출이라 부른다면 자기 동네 자랑하는 사람도 팔불출 명단에 추가해야 할 듯하다. 남들은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 동네 자랑을 혼자서만 신나게 떠들어대니 말이다. 그곳 어떠냐고 누가 물어주기만을 기다리거나, 때론 질문을 유도해서라도 자랑을 시작한다. 이쯤되면 병이 깊다. 상사병이다.

건물들, 공원들과 시원한 도로, 심지어 풀 한포기까지 꼭 있어야 할 곳에 군더더기 없이 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것 같다. 나의 관전 포인트,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는 바로 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이다. 그 위를 달콤한 분위기와 공기가 채워준다.

 이 도시는 아직 다 태어나지 않은 미완태다. 바다를 매립하여 오랜 세월 다지고 밑그림을 꼼꼼히 그린 연후에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여전히 모태중에 있다. 이목구비와 신체기관을 다 갖춘 연후에 태어날 환상적인 유기체의 모습을 기다리는 기분은 꽤 설레고 애가 탄다. 다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경험이 보태질테고 세월따라 부분 부분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겠지.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처럼 그렇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적지 않으리라.

이런 건물이나 시설 때문에 이 도시가 나를 끄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면으로 치면야 더 나은 조건을 갖춘 곳들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이곳에 빠지는 이유는 이 도시의 주인공, 바로 사람들 때문이다. 도시는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고, 사람은 그 도시를 특징짓는 결정적 요소다. 사람과 지역이 이토록 궁합 잘 맞는다는 것도 참 근사한 일이다. 여유롭고, 열려있고, 순화되고, 평화로운 모습의 주인공들은 오늘도 도시를 건강하게 작동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입에 침이 마르는 내 동네자랑으로 인해 송도는 듣는 이들의 가슴에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는 유인력의 도시가 됐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을 좋아하고 자랑하면, 그곳은 정말 좋은 곳임을 증명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주체적으로 재해석을 붙여본다. 자기고장을 살만한 곳으로 알리고 싶다면 구석구석 스토리를 찾아 의미를 붙여주면서 아끼고 자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럴때 그 동네는 에너지를 받는 멋진 공간으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