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소가 한 마리씩 늘어나는 것을 보니 좋은가요?

월요시론

이야기 하나, 끝이 보이지 않는 초록색으로 덮힌 목초지가 개방되었다. 여기서는 누구나 소를 방목해서 키워도 된다고 한다. 목동들은 서로 서로 눈치를 보며 ‘내가 소를 한 마리 늘리면 이익이 얼마나 생기는 걸까?’ 를 계산한다. 방목장에 송아지를 한 마리라도 더 넣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가 자랄 것이고 내다팔 때에는 나에게 이익이 생긴다. 한편으로 소가 늘어날수록 뜯어먹을 수 있는 풀의 양이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소가 자라는데 문제가 생겨 모든 사람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기는 손해는 모두가 나눠가지기에 1/n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송아지를 한 마리 늘리면 나에게는 +1의 이익이 생긴다. 다들 그렇게 방목지 안으로 자기 송아지를 여러 마리 밀어 넣는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목초지에는 풀이 없어지고 소들의 배설물로 가득 차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함께 하는 목초지를 걱정하며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를 생각하고, 적지만 건강한 소를 키워내려는 사람보다는 한 마리라도 자신의 소를 더 풀어놓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종국에는 모두의 공유지가 파괴된다는 이 이론은, 1968년 ‘사이언스’에 실렸던 생물학자G. J. Hardin의 논문에 근거를 둔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희생시켜서라도 자기 이익과 권리의 극대화를 추구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부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공유지의 비극 (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결코 지금의 치과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야기 둘, 서로 다른 방에서 취조를 받는 두 용의자,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의 용의자이기에 자백을 받지 않는 한 두 명에게는 가벼운 형만이 선고된다. 하지만 내가 자백을 하면 나는 석방되고 범죄를 부인한 공범이 혼자 무거운 형을 받게 된다고 제안을 받는다. 서로를 믿으며 둘 다 범죄를 부인한다면 두 사람 모두 가벼운 형으로 끝나겠지만 혹시라도 상대가 자백을 한다면 나만 무거운 실형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경우 두 사람은 경우의 수를 고민하다가 모두 자백을 하고 두 사람 모두 무거운 실형을 받게 된다고 한다. 1950년 수학자 John. F. Nash Jr.의 균형이론, ‘죄수의 딜레마’ 다. 모두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선택과 각 개인에게 최소한의 피해만을 요구하는 선택, 그리고 다른 사람의 피해는 커지지만 나의 이득 또한 커지는 선택. 경쟁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자신에게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하여 내린 선택이 결국에는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말하는 이 이야기는 이벤트와 덤핑으로 얼룩진 치과계에 경종을 울리는 듯 하다.

 이야기의 끝은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결론지어졌다. 그러한 불행한 결말을 막는 일은 목초지를 관리하고 동료를 믿는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목초지가 다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내 송아지를 한 마리라도 더,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더라도 지금 나는 최대한의 이익을, 더 늦기 전에 빼낼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불행하게도 지금의 치과계에는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이벤트와 덤핑 등의 싸구려 마케팅 그리고 의학적인 근거 없이 환자를 현혹하기 위한 수많은 시도들로 얼룩진 치과계에서, 우리들과 우리 후대의 목초지를 걱정하며 동료를 동료로서 믿어주는 그런 치과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목초지를 지키려면 그 사욕으로 가득한 전쟁터 같은 목초지에서 내 송아지만 빼내고 그저 눈을 돌려버리는 것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초지 안으로 뛰어들어가 정의를 심어야만 한다. 지금 어려운 치과계에서 그러한 분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커지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