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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미래’

월요시론

‘子不語怪力亂神.’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의 가르침 중, 공자(孔子)는 괴이(怪異), 폭력(暴力), 문란(紊亂),귀신(鬼神)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시대의 미디어가 미디어로서 계속 인정받고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곱씹어봐야할 화두를 던진다.

TV뉴스의 기사들과 뉴스의 아류격인 프로그램들의 화제들은 물론, 인터넷 포털들의 관심순위로 대변되는 검색어 순위도 거의 怪力亂神에 관한 것들이 점령했다. 우리가 몸담고 아이들을 키우는 이 사회에 정말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하는 호기심에 채널을 고정하고 시청해보거나, 검색어에 마우스를 끌어다가 클릭하여 차분히 보다보면, ‘이 내용들이 모두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고,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인정하며 전하는 이야기들일까?’ 하는 고리타분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또 만일 그것들이 사실이고, 필연성은 그만두고라도 일말의 개연성이라도 있어 기사가 되고 화제가 되었다면, 이러한 怪力亂神의 이야기들을 이토록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전해주는 것은, 정녕 ‘알 권리’라는 그 흔한 시민의 권리를 구현해주려고 소중한 가치가 담긴 정보를 전달해주는 노력인가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어진다.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논어의 陽貨 제14장에 있는 공자의 여러 가르침들 중, 새삼 마음에 새겨지는 구절로, ‘길가다 들은 말을 길가다 옮겨 전함은 덕스럽지 못하다’ 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말로 道聽塗說이란 속담이 있는데, ‘길에서 듣고 알게 된 바를, 곧 길에서 옮겨 전함’은 옳지 않다는 것으로, 어떤 내용이던 자신의 마음과 생각으로 곱씹어 자기 것으로 만든 후에 비로소 옳은 이치로 가다듬어진 생각의 말을 전해야한다는 가르침이다.

순자(荀子)도 비슷한 경우를 귀로 듣고 바로 입으로 나오는 식의 학문을 ‘口耳之學’이라하며 충실하지 못한 배움을 경계하였다. 선현들의 이러한 가르침을 되풀이하여 생각하다보면, 감히 말 한 마디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들의 후세에 남기려던 가르침은 그것이 아닌 듯하다. 다만 좀 더 깊이 시간을 가지고 신중히 생각하여 빈틈이 적고 여러 사람에게 이롭고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이 얻어졌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말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깨달음을 전하고자 함이었으리라. 게다가 이러한 지혜로운 자세는 반드시 심오한 철학과 깨달음을 전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매일 매일 수없이 나누는 대화와 소통 속에서 실천될 때,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정화하고 치유할 근본적인 힘이 될 것이라는 가르침도 행간에 보인다.

우리는 오해와 갈등으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게 됨을 알고, 대부분의 오해와 갈등이 부족한 생각 속에 성급히 뱉어진 말들을 타고 몰려왔었음을 경험으로 안다.

미디어의 기능과 힘은 점점 확대되고 강해진다. 세계적인 석학인 Jeremy Rifkin은 인류가 이루어냈던 1, 2차 산업혁명이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의 적절한 조화와 시너지였으며, 인류의 새로운 번영을 위해서 성취해야할 3차 산업혁명 역시 본질적으로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미디어네트워크, 인터넷)이 이루어낼 것으로 내다보았다. Rifkin은 아주 보편적이고 작은 요소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소통하는 균형잡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3차 산업혁명의 불씨로 이야기한다.

비록 다루고자 하는 내용이 정신인지 물질인지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자의 커뮤니케이션 철학과 우리 시대의 석학은 적당한 고도와 각도에서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해답과 가치를 지니고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 인지, 현자들의 발자취를 담담히 마음비우고 보면, 우리 치과계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 지가 안개 걷히는 들판처럼 환히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 치과계는 Rifkin이 말하는 에너지적 요소는 이미 충분하다. 다만 이것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소통하는 균형잡힌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적절히 배치하는 숙제가 있을 뿐이다.

이제는 괴이하고 대단한 일이나, 힘겨루기에 관한 것들, 무질서하거나 상식밖의 일들은 과감하게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우리 치과계의 새로운 성취와 도약을 바란다면 그것이 리더이든 펠로우들이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본질을 추구하고 매진하는 그룹이 비로소 전체의 관심과 설득력을 얻고 지지받는 긍정적 권력을 부여받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 중구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