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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則勿憚改

시론

많은 동료 선후배 분들과 지면을 통한 소통의 기회를 준 치의신보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쓰는 시론을 이해하는데 있어 참고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저를 소개하려 합니다.

1964년생으로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을 1990년에 졸업. 3년의 공보의 생활을 마치고 1993년 5월 광주 광역시 광산구에서 대덕치과를 개원하여 지금까지 23년간 개업해 있습니다. 치과대학을 다니며 조선대학교 백악사진 예술 동우회(한나래)에서 6년간 사진 동아리 활동을 하고 6년의 동아리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기간에 시간을 내어 졸업 기념 달력(간단한 개인전)을 제작하였습니다. 취미가 직업과 연결되는 행운을 얻어 1998년 환자와 함께하는 치과이야기 출판(나래출판사), denstory.com 운영(환자 치료 상담 전용 슬라이드 모음. 모든 동료 치과의사에게 로그인 없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루일과는 8시 출근하여 그날 진료 약속된 환자분들을 체크하고 나서 논어를 펼쳐 하루 동안 익힐 구절을 노트에 적고 모르는 한자를 찾아 둡니다. 오전 9시가 되면 직원들과 약속환자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진료준비를 합니다.

23년간 개업해 있는 치과 앞 주공아파트가 세계수영대회 선수촌 예정지가 되면서 1000세대 중 50%가 넘는 세대가 집을 팔고 이사를 가고 있습니다. 올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주를 시작하고 9월부터는 아파트 철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주위 분들이 다른 곳으로 치과를 옮길 계획이 없냐고 물어보지만 치과를 옮길 생각은 없고 수영대회가 끝나는 2019년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을 생각입니다. 진료실에서의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4년 전부터 토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모임에서 정해준 책을 읽어 보기도 하지만 진료와 책읽기를 같이 하는 것은 집중이 되지 않아 최근에는 신정근 작가의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 이라는 책을 보며 매일 한 구절을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오늘 한문을 익힐 문장은 (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논어(論語)<학이(學而>)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84학번 1993년 개업 이제까지 개업을 하며 좋은 시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매년이 좋은 시절이었습다. 2004년부터 8년여의 임플란트 붐이 있었던 것 같섭니다. 어느날부터 인가 환자들은 임플란트 상담을 받으며 치료비를 말하면 조용히 웃고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부터는 나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분의 구강에는 다른 치과에서 시술 받은 임플란트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過則勿憚改(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過(지날: 과, 허물: 과)로 해석되는 한자입니다. 過자를 나름 다시 해석 해 봅니다. 변화가 있으면 변화에 대해 맞서지 말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90년 졸업한 치과의사 세대를 치과계의 황금기를 맞이한 세대라고 말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개원 현실은 치과의사의 능력보다는 가격경쟁을 중심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치과계 황금기라 할 때는 내가 투자된 시간과 열정이 재화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투자한 시간과 열정이 재화보다는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와 나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4년 전에 매월 넣던 보험을 정리하며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리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넣기 시작한 보험이 원장인 나의 일상의 삶을 옥죄고 있었습니다. 매달 납입해야 할 보험금을 넣기 위해 가슴 졸여야 했습니다.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감수하라고 말하는 금융회사들. 하지만 눈뜨고 일어나면 존재하여야 할 미래는 없고 나는 오늘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지금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은데 오지 않는 미래의 행복을 위한 보험금을 납부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생활들.

치과의사가 아닌 다른 전문직을 하고 계시는 2년 선배가 “자기 동기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직장에서 명퇴를 시켜서 일을 못하는데 우리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며 앞으로 길게 일하게 건강 챙기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살라고 충고하십니다. 우리 직업은 타인에 의해 일을 중단하지 않습니다.

過則勿憚改(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過(허물: 과)자를 변화로 바뀌어 생각할 수 있는 논어 읽기에 빠져 봅니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