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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며, 좋아하는 자는 즐겨하는 자만 못하다(논어의 옹야편)

어린 시절 이 글귀의 의미도 모르면서 부모님께서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아는 것(공부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좋고, 좋아하는 것 보다 지금 내가 즐기는 것을 하라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며 부모님께 반항 아닌 반항을 하였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텔레비전 시청과 친구들과 노는 것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님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막연히 남자라면 공과계열을 가야된다는 생각에 공업고등학교 진학하여 대학은 공과대학을 가려 한다고 말씀드렸다. 아버님께서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공과대학을 가는 방법도 있다며 일단 인문계 고등학교에 원서를 쓰고 입학한 후 학교를 다니며 미래 직업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하셨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시절 고등학교에 입학 한 후에도 뚜렷이 좋아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기에 목표도 없었다.

친구들이 모두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니 나는 서울에 있는 공과대학으로 진학하여야겠다는 생각에 고3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서울에서의 재수생활 1년. 고3때 치과대학에 배짱 지원을 했다는 인연으로 재수시절 목표는 치과대학이었다.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막연한 목표가 아닌 내 나름 이유 있는 목표를 세웠던 것 같다.

치과대학에 입학한 후 치과대학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진에 빠져 사진 촬영 기술관련 책을 중심으로 실습을 하고 본부대학 사진반 사람들과 어울리고 전시회를 위한 출사와 나의 정성이 담긴 사진을 작품전에 전시하였다. 졸업할 때는 동기들 국시에 전념할 때 내가 촬영한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짜릿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치과를 개업하고 좁은 진료공간에 갇혀서 사는 생활은 사진을 찍기 위해 넓은 세상을 돌아다녔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만을 안겨주었다. 환자와 치료에 대한 상담을 하며 자료의 부족을 느끼며 내가 찍은 사진으로 상담자료를 만들어 사용하였던 것이 한 장, 두 장 모여 나래 출판사를 통해 1998년 “환자와 함께하는 치과이야기” 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그때부터 일반 사진이 아닌 구강사진 촬영에 대해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구강사진 촬영기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임상 케이스 발표도 하였다. 당시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던 시절 슬라이드를 찍어 일일이 스캔하여 자료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 보다 복잡하였기에 자신의 케이스를 발표하는 치과의사는 많지 않기에 여러 곳에서 케이스 발표도 하였다.

내 스스로 만족하는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사진만이 아닌 진료의 질도 부족하지 않기 위해 임상에 대해서도 공부(知)를 하였다. 자료를 만들고 동료치과의사에게 보여주고 후배들과 공유하던 시절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즐긴(樂) 15년의 시간.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많은 임상의 고수가 출현하여 멋진 케이스와 정리된 이론으로 케이스 발표를 하고 많은 상담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나타나는 덤핑치과들.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이제 즐겁지 않았다. 하지만 즐기지는 않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좋은 직업이었고 지금도 좋은 직업이다. 임상에 대한 열정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여 10여년.

84학번 50대 초반을 넘어서는 시기 다시 젊은 시절의 열정을 살려 전공 공부(知)를 하여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즐길(樂)것인가? 지금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좋아(好)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즐기(樂)지는 못한다.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써본다. 글을 쓴지 4년 한계에 도달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즐기려(樂)는 욕심이 생기면서 부담스러워진다. 좋아하는 것과 즐기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것은 행위에 의미를 갖는 아마추어적인 것이고 즐기는 것은 결과에 의미를 갖는 프로라고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를 다시 해석하여 본다. 진정한 지식이 없이는 좋아할 수는 있어도 즐길 수는 없다고.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하지만 일 년에 필드 가는 횟수가 연습장 가는 횟수보다 많다. 필드에서 항상 후회를 한다. 그래서 나는 골프가 즐겁지는 않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병기 대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