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시론

패왕별희(覇王別姬)는 1993년 개봉된 유명한 영화의 제목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대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초나라의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에게 ‘해하’에서 포위되어 우희가 자결하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 바로 패왕별희 입니다. 역발산 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유명한 항우의 ‘해하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 시운이 불리하니 나의 명마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나의 말조차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나? 우희여, 내 그대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우희는 다음과 같이 답가를 하고 자결을 합니다. ‘한나라 군사들이 이미 땅을 차지하여 사방에 초(楚)나라 노랫소리 가득하고, 대왕(大王)의 의기(義氣) 다했으니 천첩인들 어찌 편안히 살겠습니까?’

사면초가(四面楚歌).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는 유명한 사자성어입니다.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리는 완전히 포위된 어려운 형국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원전 203년, 유방이 대군을 이끌고 항우를 추격하고 한신, 팽월 등이 측면 지원에 나서자 항우의 군대는 해하에서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 사방에서 초나라의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구월 깊은 가을 사방에서 서리 날리고, 하늘은 높고 물은 말라 기러기 슬피 우는구나. 집 떠난 지 10년, 처자식은 쓸쓸한 빈방에서 외로이 지내는구나 어머니는 아들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아들은 부모 생각에 애간장이 녹는구나’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초나라 군사들은 노랫소리에 고향 생각이나 전의를 잃고 눈물을 흘리며 앞다투어 도망을 치게 되죠. 이는 초나라 군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한군의 계략이었습니다. 이러한 계략은 유방의 수하인 장량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우희와 항우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면초가를 만든 유방은 항우에 비해 출신성분이나 무예 등 모든 면에서 특별히 나은 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대신 그는 한신, 장량, 소하, 번쾌 등과 같은 인재를 등용, 각자의 역량과 소질에 맞는 직책을 부여하고 이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했다고 합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고조본기(高祖本紀)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영에서 지략을 짜고 천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점에서 나는 장량(張良)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내정의 충실, 민생의 안전, 군량의 조달 및 보급로의 확보라는 점에서 나는 소하(蕭何)에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백만이나 되는 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며 승리를 거두는 점에서 나는 한신(韓信)에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나를 능가하는 걸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인재들을 적절하게 기용할 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천하를 얻은 단 하나의 이유이다.”

초나라 귀족 출신인 항우는 말합니다. “하여(何如)?” ‘어떠냐?’며 이미 정해진 자신의 생각에 동의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천하를 통일하고 인재를 기용하며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던 유방은 말합니다. “여하(如何)?”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며 인재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사면초가의 치과계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인재를 귀히 여기고 인재들의 이야기를 듣고 향방을 결정하는 일은 누군가의 큰 목소리에 놀라거나 세력을 얻기 위해 다수를 따르는 것과는 명백히 다른 것일 것입니다.

‘하여(何如)’와 ‘여하(如何)’. 이 두 말의 차이가 천하통일의 승패를 만들었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