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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特段의 措置’

시론

우리는 어떤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대개는 이미 대화와 소통이 심각히 불가능하고 갈등이 극한에 이르러 충돌이 불가피한 때에 선전포고의 용도로 사용되거나, 단순한 으름장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용어였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용어가 너무나 자주, 그리고 상황의 초반에 쉽게 등장한다.

본래 ‘특단(特段)’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름’으로 되어있고, ‘조치(措置)’의 그것은 ‘어떤 문제나 사태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세움, 또는 그 대책’ 이라 되어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른 문제나 사태’가 그토록 자주 생기는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구태한 정치에 경직된 제도와 방황을 견지하는 문화는 특별히 ‘아주 다른’ 역동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 매사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콧김을 내쉬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는 것은, 필시 우리들이 모든 일들을 대할 때마다 우리안에서 언제부터인가 고갈되고 망각된 인내심과 자기반성이 없는 시각과 자세로 임하는 까닭이리라 생각해 본다. 개인이나 집단이 행하는 ‘특단의 조치’들과 관련된 단어의 예를 들어보면 고소, 고발, 해약, 계엄, 전쟁, 탄핵, 주먹다짐, 협박, 자살 등 수많은 예가 있겠지만, 좋은 경우는 드물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환자와의 대화 끝에 순간 머릿속에 ‘특단의 조치’를 떠올렸던 기억들에 대해 우리들은 서로 공감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의연히 그 소통불가와 극한갈등에 조용한 지혜와 용기로 맞서 유연히 해결했었던 기억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또한 공감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지만 우리들의 치과계는 정말로 많은 과제가 쌓여있다.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해결되지 아니한 것도 아닌 과제들로 우리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는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라는 슬로건이 걸린 곳에 눈길이 가기 십상이다. 더욱이 바로 내년 초로 다가온 직선제라는 쉽고도 어려운 과제 앞에서, 해당 과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책의 제시가 아닌, 우리 시대 특유의 인내심 부족과 자기반성 결여의 약점을 노리는 ‘似而非 특단의 조치’들을 구별하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破滅을 넘어 消滅을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위태로울수록 사실과 진실은 우리들의 시야에서 흐려지며, 불안하고 조급할수록 ‘특단의 조치’를 갈망하게 되기 쉽다. 우리는 자기반성과 인내심으로 밝아진 시야를 가져야만 ‘似而非 특단의 조치’들을 변별해낼 수 있는 분별력을 되찾을 것이고, 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직선제 등의 제반 과정을 통해 진정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터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분별력 회복의 과정들을 방해하는 모든 雜音과 動搖들을 특별히 당분간은 엄중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