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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금연치료를 안 하십니까?

Relay Essay 제2152, 53번째
-국민건강보험공단 금연치료 지원사업 체험수기 장려상 수상작

  • 등록 2016.09.09 13:33:23

2015년 2월 말부터 금연치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사업으로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전산프로그램으로 금연의료인의 사용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보완되면서 안정화되었다. 최근에는 금연성공을 판정하는 기준까지 확정되어 금연프로그램은 전 과정이 완성되었으며 참여자나 의료인 모두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금연은 특성상 5~6월이 되면 연초(年初)보다는 흡연자들의 관심이 확실히 줄어드는데 이런 시기에 성공 사례 등을 공모전을 통해 발굴하고 홍보하면 예비 참여자들에게 동기부여의 기회가 되고, 참여 의료인에게는 금연치료를 되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나 또한 금연을 성공하신 분들에게 받았던 긍정의 힘을 동료 의료인에게, 그리고 금연치료를 받으실 분들께 전해 드리고 싶어 용기를 내어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치과의사가 된 이후 환자들에게 구강(口腔)건강을 비롯하여 여러 이유로 금연을 자주 권유했지만 실제 말하는 것 이외에 특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몰랐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본인의 의지로만 금연을 하고 있었고 금연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제나 약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천식으로 고생했지만 성인이 되어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접하게 되었다. ‘많이 피우지 않으니 문제가 없겠지, 깊이 들이 마시지만 않으면 폐에 도달하지 않겠지’라는 아주 비과학적인 생각을 합리화하며 몇 년을 피워오다가, 치과의사가 되고 수련을 시작하면서 금연을 해야 한다는 과장님의 불호령에 단박에 금연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 강제성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금연에 성공을 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 의지만 가지고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2015년부터 담뱃값이 인상 되어 흡연자들이 담배구입을 하면서‘이번에 금연을 할까’라는 마음을 가지게 하였으며, 이와 함께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원사업 형태로 금연치료를 시작하였다. 나는 여러 이유로 금연치료 시행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으며 다양한 연령의 금연치료 환자들을 경험하였는데, 실패를 한 분께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다시 재도전 하자고 하였고, 성공하신 분께는 건강을 챙기는데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이 되었다. 기분 좋은 순간들이 이 글을 쓰면서 계속 떠오르는데 그중에서 금연도 하고 암도 조기 발견하신 금연참여자가 있어 자세히 소개 해드리고자 한다.

이 환자는 제 치과에 7년 이상을 치료 받으러 다니시는 단골환자로 뉴스보도 등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며 2015년 4월 초에 금연치료에 대해 문의해 오셨다. 그 당시는 시행초기라 금연치료의 전산입력이 익숙하지 않았고, 많이 사용해 보지 않은 약 때문에 처음에는 처방전 발행을 조금 망설이게 되었는데, 다행히 금연진료 의료인을 위한 책자가 보급이 되어 이것을 참고하여 시작하였다. 금연치료 시작 초기부터 약물(부프로피온 염산염, 니코피온)을 복용했음에도 금단현상을 호소하였고, 특히 변비를 심하게 불편해 하셨다. 몇 가지 조언을 해드렸지만 금연 시작 4주차에는 너무 심하게 호소하여 혹시 금연 약 부작용이 아닌지 걱정하셨다. 이에 금연상담 게시판(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기관정보마당 홈페이지)을 통하여 문의하였고, 금단 현상 중에 하나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를 환자에게 보여주고 설명 드리니 안심을 하셨다. 이 후 변비는 식이조절과 본인의 노력으로 많이 해소가 되었다고 하셨으며 만 1년 이상 지난 지금 전혀 흡연의 욕구가 없이 금연상태를 잘 유지하고 계신다. 치과치료 때문에 오실 때마다 자연스럽게 금연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금연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고 최근에 말씀 하신 것을 고려하면 금연참여 의료인들은 신뢰가 돈독한 단골흡연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이 환자의 성공은 곧바로 아들과 동생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본인과 아들, 동생이 모두 금연에 성공하셨다. 특히 서로가 금연을 격려하며 다독이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의 경우 금연에 성공하신 분이 드물어서 아드님의 성공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부자(父子)가 흡연자이면 금연치료를 같이 하면 좋겠다. 이 세 분의 금연 성공을 출발점으로 나는 훨씬 적극적으로 치과에 내원하시는 분들께 금연을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분들은 우리 치과의 금연치료 모델이 되어 금연을 하러 오시는 분들께 성공사례로 소개 해 드리게 되었다. 금연치료 중 상담은 주로 칭찬과 격려를 하였으며, 흡연 욕구가 언제 많이 발생하는지를 모든 참여자에게 물어보고 기록하여 다른 금연치료 참여자들에게 정보로 제공하였다. 공통적으로 많이 이야기 하시는 내용으로는 드라마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나오면 욕구가 생긴다고 하셨고, 운전을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대기 하는 동안 습관적으로 담배가 피우고 싶다고 하셨다. 회식 자리에서 음주 후 흡연을 하게 되어 실패한다는 분께는 금연 약의 용량을 충분히 유지하고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 드렸다. 

금연치료를 담당한 의료인으로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흡연 기간이 오래(30년 이상 흡연)되었지만 자발적으로 금연을 하고자 오시는 분들이 다른 어떤 참여자보다 훨씬 금연성공을 잘 하셨다. 그리고 금연을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고 실패를 경험해 보신 분들이 금연프로그램을 잘 이수하셨다. 이번 금연치료는 연 2회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금연실패자들을 따로 상담하여 분석을 해 보면 이들이 왜 실패 했는지 알게 되고 이를 금연의료인에게 제공한다면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금연에 도전하는 비교적 젊은 분들은 대부분 최근에 자녀를 얻게 되어 2세에 대한 책임감에 금연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즉 가장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고 이때 금연성공이 더욱 예상되므로 가능하다면 금연 캠페인은 젊은 연령을 대상으로 할 때 임산부의 배우자중 흡연자를 체크하여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당신이 필터를 통해서 마시는 것과는 달리 담배 앞쪽에서 전혀 여과 없이 뿜어지는 담배연기가 당신 가족들의 건강을 분명히 해칠 것이다’라고 말해주면 상당히 숙연해지기도 했다. 산부인과에서도 적극적으로 임산부 배우자의 금연 필요성을 주지시키고 금연의료인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회사와 직장 등에서 금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금연인증부서, 금연인증회사의 형태로, 전 부서원이나 전 직원이 금연하는 곳에는 흡연실을 다른 용도로 바꾸어 준다거나 아니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이 직장 내 금연을 홍보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식 자리에서 음주와 함께 흡연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금연이 힘들다고 호소하셨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솔선수범하여 모든 직원의 금연을 선포하는 금연사업장이 되는 것도 큰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다.

금연 중 변비로 고생하고 힘들어 하셨던 그 분이 몇 달 전 뜻밖의 이야기를 나에게 꺼내었다.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했을 때 증가했던 체중도 어느 정도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계속해서 변비가 있다 없다 해서 아주 오랜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했다. 내시경 검사를 통해서 대장에 약 20개의 용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직검사 소견이 대장암 초기로 판정을 받게 되었다며, 원장님 덕분에 그리고 금연 덕분에 이렇게 조기에 발견하게 된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금연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도 깨닫고, 자신의 건강상태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니 금연진료 의료인으로 너무나 뿌듯하고, 이 분의 칭찬이 나로 하여금 더욱 더 금연치료에 매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구강은 담배연기가 일차적으로 접촉하는 통로로 치과의사는 환자의 흡연 상태를 내원하는 모든 환자에게서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흡연은 잇몸 건강에 너무나 좋지 않으며, 치과치료 성공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흡연을 하는 동료 선후배 치과의사 및 의료인들은 금연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 흡연을 하면서 어떻게 금연치료를 할 수 있겠는가? 금연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챙기고, 더불어 환자의 건강도 챙겨주는 기분 좋은 경험을 같이 나누었으면 한다.

금연에 성공한 환자들이 치과에 방문 할 때면 나는 너무나 뿌듯하다. 그저 치아만 치료해 주는 치과의사가 아닌 금연치료 의료인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관심이 매년 연초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홍보가 절실한 시기이며, 의료인들도 금연치료가 당장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내원하시는 흡연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금연을 권유하고 동참했으면 한다.
 
(첫 번째 금연치료 환자로 30년 이상을 흡연하신 윤○○님, 본인의 사례를 소개 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분이 다시 전화를 주셨습니다. ‘우리 동생과 아들까지 나로 인해 금연을 하게 되었다’, ‘금연을 하니 담배 냄새 날까봐 조바심내지 않고 사람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이 이야기 꼭 써 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김동준 광주광역시 김동준치과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