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당신은 어떤 별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스펙트럼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11월 30일은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행복한 왕자’, ‘거인의 정원’ 등의 동화로 잘 알려져 있는 오스카 와일드는 엄격한 도덕주의, 위선적인 진지함과 엄숙함이 주도하던 시대에 자유롭고 충동적인 인간의 본성과 미에 대한 추구를 동화, 소설, 희곡을 통해 작품 속에서 표현했던 작가이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작품 속에 수많은 아포리즘을 남겼고, 올해 ‘오스카리아나’라는 제목으로 1100개의 아포리즘을 수록한 책이 국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 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간직해 두었다가 두고두고 꺼내어 보는 아포리즘이 있을 것이다.

나에겐 그것이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 (1892)’에 나오는 이 대사이다.

희곡 안에서 주인공인 윈드미어 부인을 흠모하는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작품 속의 의미와는 별개로 이 대사가 머리 속에 남아 잊혀지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 살고 있다고 단언하는 작가의 단호한 어조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에 대한 위로의 언어였고, 그 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는 속삭임은 거기에 사로잡혀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부드러운 채찍질이었다.

사회에 발을 내딛은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된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할 때도 있고, 잘 해내고 싶은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을 추스르며 되뇐다.

그럴 때면 어쩐지 이미 100년도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가 나를 응원해주는 기분이 들고는 한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의 말에 힘을 얻을 세상의 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괜한 용기를 얻는다.

비록 지금 스스로가 또 나를 둘러싼 사회가 답답하고 힘들지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별을 바라보는 내가, 당신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을 테니까.
세상을 나아가게 만든 것은 항상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올 가을 워커힐 호텔에는 ‘오스카 와일드와 함께하는 산책길’이 조성되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찬 공기 속에 더욱 맑아질 정신으로 오스카와 만나는 시간을 잠시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대답을 찾아보자.

당신은 어떤 별을 바라보고 계십니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