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2월 추천도서-자화상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유명한 화가들 중에는 자화상을 남긴 경우가 많습니다. 자화상에 대한 해석은 매우 다양합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에 대해 리쾨르가 해석한 것을 저는 좋아합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거울 속의 자신의 이미지를 화폭 속에서 재창조하고 해석한 것이다. 이미지를 기억하고 불러내 화폭 속에 재현하는 것은 왜곡이 아니라 자기 점검이다. 그래서 자화상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화가는 아니지만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모습,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 등이 각자의 머릿속에 자화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셀프카메라로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을 아주 흔하게 봅니다. 대부분 한 번에 찍어서 올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보통 만족한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계속 찍어서 그중 제일이다 싶은 걸 올립니다.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그리고 있는 모습과 사진 속 이미지가 최대한 같아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의 이미지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는데 책읽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 따라하고 싶은 소설속의 주인공, 나대신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판해 주는 말 잘하는 독설가의 글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합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그려가는 과정은 아주 철학적입니다. 그래서 책읽기는 매력있습니다.



우리나라 자화상의 명작은 뭘까?
변천사 등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그림에 나를 담다』 현암사, 2016

몇 해 전이던가 전라도 해남 윤 씨 종가 고택인 녹우당(綠雨堂) 기념관에 들렸을 때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묘한 감정은 지금도 기억합니다. 조선시대에 이런 사실적인 그림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파격적인 구도와 강렬한 눈빛에 한참이나 그 자화상 앞에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그려 놓은 초상화와 화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은 확실히 그 의미와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꽤 다양한 그림에 대한 책을 읽었지만 이 땅의 화가들이 남겨놓은 자화상에 대해 깊은 안목과 탐구정신으로 쓴 책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화상이 가지는 미학적, 철학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나라의 자화상의 변천사는 어떤지, 자화상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나를 어두운 곳으로 인도합니다
하지만 깊은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이상한 정열』 창비, 2016

기준영의 소설집은 나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읽기 좋은 단편을 모아놓은 책을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새로운 작가도 만나게 되는 기쁨이 있습니다.

표제작인 ‘이상한 정열’을 포함해서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렸습니다. 이 중 세 작품은 상도 받은 단편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움입니다. 작가는 나를 아주 어두운 곳으로 인도합니다. 하지만 나는 깊은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조금은 편안한 어두움 가운데 주인공을 만납니다. 아주 무난한 만남을 무사히 마치고 저는 무사히 어둠을 벗어나 나옵니다. 작가가 독자를 깊은 어두움으로 끌고 내려가지 않는 배려를 느꼈습니다. 상상을 이끌어 내지만 실행에는 옮기지 않습니다.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도, 상상한대로 되는 것도 재미없습니다. 그저 상상할 수 있게 안내하는 것은 작가의 힘입니다.


길고양이도 쉽게 볼 수 없게
만드는 ‘고양이 인문서’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천년의상상, 2017

고양이에 대한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집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고양이 사진만 실려 있는 화보집도 서점에서 팔리는 걸 보면 이런 집사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저도 다섯 마리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 같지 않은 ‘집사’입니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저에게 어떻게 다섯 마리를 키우냐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지만 막상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저를 부러워합니다. 다양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너무 좋겠다고.

진중권님의 책은 꽤 내용이 철학적이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해 아주 다양한 역사적, 철학적, 실질적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써 놓았습니다. 저로서는 무척이나 고마운 책입니다. 지나치는 길고양이도 쉽게 볼 수 없게 만드는 ‘고양이 인문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