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엄 마

Relay Essay 제2203번째

몸에 부치는 큰 대야를 이고 짠 젓갈 냄새를 풍기며 “새우젓 사세요” “새우젓 사세요”하며 골목을 누비는 당신이 싫었습니다. 남보다 못 사는 나의 모습이 당신의 무능 때문이라고 생각 했지요.

“홀 엄마”라는 말이 난 싫었어요. 나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딴 엄마들처럼 울 엄마도 개가를 해서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지요.

빨랫골 뒷산에서 나무하다 낫에 발등을 찍혔을때 당신의 당황하는 모습을 저는 보았지요. 그렇게 사달라고 졸라도 사주지 않던 풀빵을 두 개씩이나 사 주셨지요. 왜 당신이 그렇게 했는지 그 때는 몰랐어요.

오이지를 하겠다고 사온 끝물 오이 반접을 무심결에 먹어 버린 나를 얼마나 부지깽이로 때렸는지 아세요? 나는 그 때 많이 울었어요. 매가 아파서가 아니라 오이 반접보다도 못한 내가 서러워서 그랬답니다.

중학교에 합격하였을때 중국집에서 처음 먹어보는 울면을 두 그릇이나 먹어도 아무 말 하지 않은 당신이 이상했어요.

왜 시험때만 되면 당신은 쪽머리를 감아 예민한 나의 신경을 건드셨나요? 시험을 잘 보게 천지신명께 당신은 지성을 드렸다고 하지만 주르륵주르륵 머리 감는 소리는 당신을 더욱 밉게 만들었어요.

당신은 내가 공부를 잘 하는지 못 하는지 모르잖아요? 어차피 당신은 학교 근처도 가보지 못했으니 말이예요. 그것 때문에 저는 몰래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답니다.

3등이나 떨어진 통지표에 몰래 도장을 찍어간 사실을 당신은 모르실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공부를 잘 하는 줄 아셨겠죠?

엄마!
엄마 없는 지금이 정말 싫습니다.
소리 내어 “새우젓 사세요”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비릿한 새우젓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잖아요. 박사가 되어 있어요.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고생만 하신 엄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