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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Relay Essay 제2229번째

“선생님,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치과 하셨지요?”
“예, 한 40년 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내일이면 고희 칠십이니까요.”
“그러면 이곳에서 한 35년 동안 계속 사신 거네요?”
“네, 맞아요. 전에 선생님 집 옆에 살았잖아요.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선생님 어머님이 키가 작고 노인인데도 머리가 까맣던 거 같아요. 그리고 홀로 5남매를 기르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자주 말씀 하신 것 같아요.”
“네, 기억을 잘 하시네요.”

“사실 그때 내가 이혼을 하려고 했어요. 남편이 집안은 통 돌보지 않고 백수건달로 지내며 술만 먹고 빚만 지니 살아가기가 힘들고 괴로웠어요.”
“그 때는 그런 일이 많았지요.”

“그때 선생님 어머니 말씀이 ‘내가 30년 넘게 홀로 살면서 5남매를 기르다 보니 아무리 남편이 보잘 데 없고 무지랭이 같아도 남편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것 갔다’라고 하면서 가능하면 이혼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이혼을 하지 않았지 뭐예요. 그 말씀 덕분에 지금은 3남매를 잘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잘 살고 있어요. 남편도 이제는 건강도 좋아지고 생활력도 강해져 잘 살고 있지요.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이 모두가 선생님의 어머니 덕분인가 합니다.”

“ 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저희 어머니도 30년 전 일흔 아홉에 돌아 가셨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때도 할머니 이었는데. 제가 지금 예순 아홉이예요.”

아마도 그 아주머니(나의 환자분)가 그 당시에 30대 후반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에는 삶이 고달프고 역겨웠으며 힘들고 희망이 없는 때다. 그래서 누구나 짜증을 내고 부대끼고 엉키고 이해가 없는 때였다. 그래서 이혼도 쉽게 하고 다투고 싸우며 질펀하게 살았었다. 다행히 우리 어머니의 농익은 생활철학으로 이혼을 하지 않고 잘 살아서 좋은 결과가 되었다니 참 기뿐 일이다.

“형님! 집사람하고 이혼도장 찍었습니다.”
침울한지 산뜻한지 개운한지 모를 후배 A의 전화 한 통화다.
후배 A의 결혼은 누가 봐도 환상적인 결혼이었다. 양가 집안이 재력가 이었고 신랑은 Y대 치과대학 학생이고 신부는 E대 경영대를 졸업한 수재였다.
그러나 결혼 당시에는 신랑 측이 신부 측보다 재력이 좋았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신랑 측에서 신부 측을 얕잡아 보았다.
신랑은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자기 집 재력을 믿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 신촌 일대의 술집 주인들은 신랑 A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어서 세월이 흐르면서 신랑 측 재력도 점점 기울어 가고, 후배 A의 건강도 나빠져 치과의사가 된 후에는 부부간에 다툼이 잦았다. 거기다 두 집안 간 과거의 섭섭했던 일, 지겨웠던 일이 새로워지면서 두 집안간의 갈등이 커져 결국 이혼을 할 단계까지 가게 된 모양이다.
부부는 내게 자문을 물어왔다.

“지금 감정이 좋지 않아도 세월이 가면 없어지는 거예요. 지금 30대이지만 60~70 금방돼요. 인생이 그리 길지 않아요. 좀 참고 살도록 해요.”

양쪽이 막무가내다. 결국 이혼을 한 모양이다.
35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후배 A는 과거의 술 때문에 몸이 망가져 심한 당뇨에 시달리고 있고 병원 좁은 방에 혼자 생활을 하며 은둔자 같이 지내고 있다.

부인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러 받아 아들 딸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모른다. 단지 이혼을 후회한단다.

부인은 부인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원만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난날을 씁쓸히 회상하는 모양이다.
한 순간의 흥분된 생각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본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옆에서 보는 선배의 입장에서는 꼭 이혼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수단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요사이 이혼의 가짓수도 많다.
신혼여행지에서 마음이 안 맞아 이혼하는 신혼여행 이혼, 첫날밤 싸움으로 헤어지는 첫날밤 이혼, 결혼식장에서 아이가 나타나 파혼되는 결혼식장 이혼, 성격 차이 이혼, 폭력에 의한 이혼, 불륜에 의한 이혼, 황혼이혼, 졸혼(결혼을 졸업하는 이혼), 합의이혼, 계약이혼 등등 많다.

하여간에 이 많은 이혼이 생을 살아가는데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갈등의 고리를 풀고 진정으로 업그레드 된 삶이 될까?

이상의 두 이혼 사례를 보면서 이혼보다 좋은 생의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신덕재 중앙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