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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진료와 책임진료

스펙트럼

여름이다.
7월과 8월에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관공서나 회사는 8월 첫째 주 전후로 여름휴가를 활용케 한다. 그보다 조금 늦은 8월 15일 광복절 휴일을 이용해서 여름휴가를 길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열대야에 무더운 여름, 피서지의 인파와 바가지 상술에 내 몸을 맡기느니 치과 에어컨과 함께 보내는 여름이 한결 편안했다. 광복절은 나라가 일제의 지배에서 독립한 날이지만 열대야에서 독립하는 시기인 듯도 하다. 광복절 전후가 되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이래서 무더위로 부터의 독립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3·1 운동 이후 우리나라 독립 운동가들은 하나의 나라로서 온전한 독립을 주장한 단체와 일제의 지배이긴 하지만 자치권을 부여 받자는 단체로 나뉘게 되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당연히 독립을 해서 나라를 찾았어야지 자치권이 웬말이냐는 소리를 할 것이다. 그만큼 독립은 중요하고 소중한 단어이다.

독립(獨立)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ㆍ타국가 등에 의해 지배되거나 종속적인 입장에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하나의 주체로서 성립한다는 것은 주체의 권리와 함께 무한 책임도 수반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매스컴이나 우리 실생활에 쓰이는 독립은 권리만이 강조되어 그 진의를 왜곡시키는 측면이 많다.

개원 9년차 페이닥터(부원장)는 3년차 때부터 6년간 함께 했다. 많은 이력서도 받았고 여러 페이닥터 선생님들과 진료도 함께 했다.

해가 갈수록 구인 광고에 이력서는 많아 졌지만 초기에 이력서들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과거 진료한 사진이나 프렙한 모델 사진, 신경 치료후 엑스레이 사진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이력서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정말 열심히 진료에 매진했던 선생님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세태가 변하긴 했지만 최근의 이력서에서는 진료에 대한 열정보단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내용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 중에 하고 싶은 말이 독립이다.
가끔 최근에 졸업한 후배들과 얘기를 해보거나 페이닥터 선생님들 면접을 하다보면 독립진료란 말을 참 많이 듣게 된다.

연차가 높은 치과의사가 아니라 갓 졸업한 1, 2년차 치과의사에게서 독립진료를 해왔다거나 독립진료를 하고 싶단 말을 들으면 과연 독립이란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독립의 사전적 의미를 빌려보면 독립진료란 타 치과의사, 함께 근무하는 대표 원장 등에 의해 지배되거나 종속적인 입장에서 진료했던 상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체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단순히 혼자서 진료를 했다고 독립진료라고 말하는 것은 과한 단어를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술했듯이 독립에는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고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그 책임은 진료 이후 몇 개월, 몇 년 후에 체크했을 때도 이상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권리에 대한 목소리는 커져갔으나 책임에 대한 인식이 옅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독립진료란 단어 대신 책임진료란 단어를 제시하고 싶다. 독립이 책임보다 상위의 개념이지만 그 개념이 숨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선 그 하위 개념일지라도 책임을 강조하고 싶은 바이다.
해본 것,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해본 것은 ‘진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책임진료’, 잘 하는 것은 ‘독립진료’라고 칭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누구나 독립을 꿈꾼다 하지만 독립에 포함된 책임을 잊지 말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균 페리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