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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간 셜록 홈즈

Relay Essay 제2240번째

전업 작가의 꿈을 안고 제주로 이민(?)을 온 지 반 년이 넘어간다. 나를 처음 맞이한 것은 바람이 거센 겨울의 섬이었다. 이사 전날 밤 9시까지 환자를 마무리 짓느라 무리했던지 후두염에 걸려 한 달 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름 혹독한 입도식이었다.

건강이 회복되자 노트북을 들고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다녔다. 육지에서 십여 년 간 꿈꾸던 라이프스타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작품이 잘 써지지 않았다. 카페에서 하루 종일 세찬 바람과 싸우는 파도를 바라보다가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제주도의 글쓰기 좋은 카페 100선”이라는 정보서를 쓰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치과를 할 때 틈틈이 써두었던 글을 다듬었지만 신작은 잘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연초-정확히 1월 3일-에 한 출판사로부터 작품 의뢰가 들어왔다.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에 대한 작품을 써달라는 기획이었다. 별로 내키는 소재는 아니었지만 이로써 신작 구상에 대한 고민이 약간은 덜어졌다. “고양이는 아홉 개의 생명을 가진다. 어둠속에서 고양이를 노리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로부터 고양이를 지켜라. 고양이 탐정!” 이런 공포 컨셉에 제주도의 전설과 풍광을 곁들였다. 첫 작품을 출판사에 보낸 후 마음 졸이며 피드백을 기다렸다. 출판사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판사는 9편까지 시리즈 계약서를 보내왔다. 책이 잘 읽히지도, 팔리지도 않는 출판시장에서 한번에 9편 시리즈 계약을 맺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것이 제주가 슬럼프에 빠진 추리작가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었다.

 카페를 전전하며 글 쓰는 것이 일상이 되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작업실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치과 하나를 인수하게 되었다. 원장실이 쾌적하다는 것 빼고는 매출도 많지 않은 치과였다. 소일거리로 환자를 보며 원장실을 작업실로 삼자는 생각으로 치과를 시작했다. 다행이 이전의 라이프스타일로 돌아오자 진료도 글쓰기도 더 왕성해졌다. 고양이 탐정도 이제 3편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제주가 내게 준 두 번째 선물이다.

내 치과 대기실에는 거대한 백색 서핑 보드가 세워져 있다. 환자들은 종종 왜 서핑 보드가 치과에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물론 원장이 파도타기에 빠진 것을 얼핏 짐작하는 표정으로.

나는 환자가 취소되어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나면 서핑 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간다. 5분 거리에 있는 이호 해수욕장에 가서 파도타기를 하다보면 근심이 씻은 듯 사라져버린다. 육지에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삶인 것이다. 결국 제주의 삶을 즐기며 셜록 홈즈로 사는 것 이 자체가 제주가 내게 준 세 번째 선물이자 가장 큰 축복인 것 같다.

나는 8월 19일과 20일 주말에 서울로 간다.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으로서 제30회 여름 추리소설학교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지금은 여름 추리소설학교 준비에 바쁘다. 치과진료를 하는 틈틈이 임원들에게 전화로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독려해야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도 회장의 몫이다. 올해는 ‘추리소설, 영화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영화인들을 대거 강사로 초빙했다. 수사반장 역할을 맞았던 국민배우 최불암씨와 다수의 감독들과 추리작가들이 추리소설과 영화에 대한 강의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기대가 되는 것은 셜록 홈즈 코스프레 콘테스트이다.

8월 19일 아침 10시 남산 문학의 집에 100여명의 셜록 홈즈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그 자리에 제주로 간 셜록 홈즈도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름 추리학교 문의 전화: 010-3697-2833

김재성 샌프란시스코치과의원 원장 , 한국추리작가협회장